어제 저녁 주한 미국대사관저에 다녀왔습니다.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 주한 미국대사가 초대한 저녁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유성호
저는 미국대사관저에는 처음 가보았습니다만, 시간에 맞추어 가보니 10여명의 각계 인사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국회의원, 정당인, 기자, 교수, 시민운동가 등 다양한 인사들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아마 스티븐스 대사가 한국내의 젊은 오피니언 리더들과 교분도 쌓고 여러 의견도 듣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 같았습니다.
저에 대해서는 사전에 얘기를 들었는지 ‘유명한 블로거’로 알고 있더군요. 그래서 스티븐스 대사의 블로그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고 저의 소셜미디어 명함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굿 아이디어!“라고 흥미있어 하더군요.
저녁을 함께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천안함 문제와 북-미관계에 대한 미국정부의 태도에 상당수의 한국 국민들이 불만과 우려를 갖고 있다는 의견을 말했습니다.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한 한국정부의 결론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불신이 크고,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왜 미국정부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그 결과만을 믿고 있느냐, 그리고 북한의 소행으로 100 퍼센트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에 들어가고 북미관계를 악화시키는데 대해 우려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스티븐스 대사에 이어 미 대사관측의 다른 관계자도 보충설명을 하면서 얘기가 몇차례 오고갔습니다만. 미 대사관 측의 설명은 미 국무부의 공식 설명과 거의 다르지 않았습니다.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서는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대화내용에 대해서는 비보도를 요청받았기에 자세한 내용을 여기에서 전할 수는 없습니다만, 예상했던 것보다도 미국측의 확신은 확고했고, 천안함 문제에 대한 평행선은 좁히기 어려웠습니다.
스티븐스 대사는 대화 도중 여러 차례에 걸쳐 과거 한국의 민주화에 대해 말했습니다. 자신이 1980년대에 미 대사관 정치과에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 민주화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녀가 한국의 민주화를 높이 평가하며, 어제같은 자리에도 비판적인 성향의 인사들을 여럿 초대한 것은 인상적인 일이었습니다. 개인으로서의 스티븐스 대사를 평한다면 매우 매력적이고 보기좋은 외교관이었습니다.
다만 천안함 문제, 북-미관계, 한국의 이란제재 문제같이 민감한 현안에 대한 대화로 가면 그녀는 미국정부의 공식적인 입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외교관으로서 당연한 모습이겠지만, 조금은 다른 얘기를 기대했던 사람에게는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대화 내용 가운데는 뉴스거리가 될만한 부분도 일부 있었습니다만, 비보도를 요청받았기에 다녀온 얘기는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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