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앞두고 어제(20일) 저녁 한나라당 최고위원 9명을 부부 동반으로 초청하여 만찬을 가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정권재창출을 위한 화합의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큰 목표를 정권 재창출로 하고 이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단합.화합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은 이에 화답하며 여권의 화합과 결속을 다짐하는 건배사를 돌아가며 했다고 한다.
이날 만찬에는 와인부터 시작해서 막걸리가 등장하고 마지막에는 두 술을 섞은 `와막 폭탄주'를 이 대통령이 제조해서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자리를 마치면서 "앞으로 우리가 모일때면 꼭 부부동반 하는 겁니다"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20일 기자들과 산행을 한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이쯤되면 정말 분위기는 좋았던 것 같다. 적어도 참석한 사람들끼리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얘기를 전해들으면서 구중궁궐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와막 폭탄주’가 오가는 청와대의 화기애애한 만찬회동과, 대다수 국민이 처해있는 어려운 현실 사이의 부조화가 너무도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금 국가적 상황이 어떠한 지는 긴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이다. 정부의 대처 실패로 확산된 구제역 사태는 새로운 환경재앙으로 연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 되면 구제역 문제는 축산농가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민이 피해자가 되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직도 대책마련에 있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세대란과 물가대란이 서민생활을 옥죄고 있는 상황은 진정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뛰어버린 전세금을 마련못해 서민들은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고, 치솟는 물가에 가정경제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정부는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식수오염에 대한 우려, 우유 부족사태에 대한 우려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이제는 이런 걱정까지 하고 살아야 하느냐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작금의 상황은 민생의 위기이다. 지금의 상황이 제대로 수습되지 못할 경우 총체적인 민생대란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제역 수습 못하면 2008년 촛불사태 이상 갈수 있다"고 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은 단지 기우는 아닐 것이다.
이런 현실의 한복판에서 대통령 취임 3주년 맞아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만났다면 당연히 무겁고 침통한 분위기가 되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 아니었을까. 국민생활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열린 청와대 회동이 왜 부부동반의, 폭탄주를 주고받는 만찬이 되어야 했는지 이해할 길이 없다. 국정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모처럼 모인 자리라면 오늘의 민생위기에 대해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도 전하고, 책임도 통감하는 얘기도 나오고, 그런 것이 정권을 맡고 있는 사람들의 도리가 아니었을까.
구제역, 전세대란, 물가대란 등으로 국민의 생활은 불안하고 궁핍해지고 있는데, 청와대에서는 자기들끼리 폭탄주를 돌리며 더구나 ‘정권재창출’까지 다짐했다니, 정말 국민에게 염치없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겹겹이 문으로 닫혀있는 구중궁궐이 다시 되어버린 것 아닐까. 정말 이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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