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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비상대책위, 쇄신 선도에는 부적격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선한 비상대책위원 명단이 확정되었다. ‘재창당을 넘어서는 쇄신을 다짐했던 박 위원장이 공을 들였던 비대위 구성이었기에 어떤 인물들이 기용될지 당 안팎의 관심을 모아왔다. 

확정된 내용에 따르면 11명의 비대위원 가운데 6명이 외부인사이다, 여기에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이상돈 중앙대 법학과 교수, 이양희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 벤처기업 '비트컴퓨터'의 조현정 대표, 벤처기업인 '클라세스튜디오'의 이준석 대표 등이 포함되었다. 또 당내 인사로는 초선 의원인 김세연, 주광덕 의원이 포함되었고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사진=남소연)


여기서 관심을 끄는 몇 사람을 언급해보기로 하자. 먼저 조..동은 26세의 벤처기업인 이준석 대표의 기용을 화제거리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 대표는 서울 과학고와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클라세스튜디오를 창업했고, '배나사(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봉사활동을 해온 청년기업인이다. 그의 기용은 20대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젊은층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시도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상돈 교수는 그동안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합리적 보수주의자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자를 박 위원장이 껴안은 셈이다. 

한편 김종인 전 수석은 과거 노태우 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을 지냈고 민주당 국회의원도 지낸 경력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정관계 경력이 풍부한 인물이다. 그러나 여야를 넘나들어온 그의 행보가 한나라당 내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이다. 

이번 비대위 구성은 전체적으로 세대별 안배에 신경을 많이 썼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참여시킨 것이 눈에 띈다. 비대위를 통해 한나라당의 정책쇄신을 선도해 나가려는 박 위원장의 구상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이 구성된 한나라당 비대위가 앞으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현재 한나라당에서 비대위는 최고위원회의를 대신하는 지도부의 지위를 갖고 있다. 그런데 비대위의 구성은 그러한 정치적 역할을 하기에는 적절치 않게 짜여져있다. 외부 인사들은김종인 전 수석을 제외하고는 정치적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성만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현재 한나라당 쇄신의 핵심은 무엇이던가. 세력의 교체를 통한 변화이다. 쇄신파가 재창당론을 제기했던 맥락도 그러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비대위 구성은 세력교체를 이끌 인사들을 인선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참여하도록 하는데 주안점이 두어져있다. 쉽게 말하자면 비정치적인 비대위인 셈이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를 통해서는 정책쇄신, 앞으로 공천심사위를 통해서는 인적 쇄신을 추진하는 투 트랙 쇄신을 구상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 역할을 해야 할 비대위가 비정치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됨에 따라 그같은 쇄신전략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 보인다. 현재의 여권 구조에서 정책쇄신 역시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같은 비대위 구성은 한나라당에서 박 위원장으로의 권력집중을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구성의 면면으로 보아 비대위는 실질적인 지도부의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한나라당은 박근혜 당으로서 운영되게 될 것이다. 당내의 다른 세력이 배제된 이같은 방식의 비대위 구성은 당내의 민주적 토론구조를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며, 당 운영의 결과에 대한 박 위원장의 부담도 크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위원장이 비대위 구성에서 우선했어야 할 것은 26세 벤처기업인을 중용하여 관심을 모으려는 깜짝 인선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변화와 쇄신을 담당할 수 있는 인사들을 모으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비대위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 위원장이 공들인 작품치고는 그다지 쇄신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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