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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체제의 1주일, 도로 한나라당인가?

한나라당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출범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박근혜 체제가 한나라당의 쇄신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비상한 관심을 모았지만, 김정일 위원장 사망 소식에 가리워진채 한주일이 지났다. 무엇보다 비대위 구성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인지라 박근혜 체제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지난 일주일동안의 현안들에 대한 대처방식을 통해 박근혜 체제의 행보에 대한 잠정적인 평가는 내려볼 수 있을 듯하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사진=남소연)

우선 지난 주 최대 뉴스였던 김정일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서 박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대응을 수동적으로 지켜보는 자세를 취했다. 한나라당 차원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전혀 내지 않았다.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조문 문제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 직후인 지난 19일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하여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1년여 지났고 아직 가슴 아픈 사람들이 많으므로 조의를 논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21일에는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가 제안한 국회 차원의 회조문단 제안에 대해 정부가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고 정부의 기본 방침과 다르게 가서는 안된다며 거부했다. 

그동안 한나라당 내에서는 전향적인 대북정책의 필요성이 거론되어왔고, 이번 김정일 위원장 사망은 그러한 정책이 가시화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이끄는 한나라당은 그러한 목소리를 전혀 내지 않았다. 오히려 조의 표명이나 조문 문제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으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보수층의 정서를 우선시 한 박 위원장의 선택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보수층 내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담을 굳이 껴안지 않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정두언 의원은 중도보수가 대세가 된 한나라당이 경제정책뿐 아니라 대북정책에서도 전향적 변화를 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이번 조문정국이었으나 박근혜 체제는 이를 놓치고 오히려 더 과거로 선회하고 있다며 박 위원장의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보다 전혀 앞서가지 않으려 하는 박근혜 체제에 대한 지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디도스 공격 수사나 이상득 의원실 수사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민의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철저히 수사해야하고, 거기에 관계되는 사람이 있으면 엄벌에 처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당 대표로서 기본 입장을 밝혔다고도 할 수 있지만, 상황의 심각성에 비추어 원론적인 얘기에 머물렀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당장 국회의장 비서와 청와대 행정관 사이의 금전거래 사실이 밝혀지고, 최구식 의원 처남의 연루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마당이다. 범행의 배후 존재 가능성을 높여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박 위원장의 언급은 선문답을 연상케할 정도로 원론적이다. 당장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에 대해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하도록 하는 조치조차도 없다. 진상규명을 위한 당 차원의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검찰수사를 지켜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실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의원의 보좌관이 거액의 뇌물을 받아 구속된데 이어 의원실 비서들 명의로 된 차명계좌들이 발견되었다. 이 계좌에는 10억원에 달하는 거액이 관리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거액이 비서들의 돈일리는 없고 결국 이 의원에게 건네진 불법 정치자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 의원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고 있으며, 한나라당도 아무런 말이 없다. 

현정권에서 이 대통령 다음가는 실세였던 이상득 의원의 비리의혹이라는 엄청난 사건 앞에서 박 위원장은 말이 없다. 박 위원장이 비공개적인 방식으로 청와대에 어떠한 말을 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국민을 납득시킬만한 단호한 입장표명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이 박근혜 위원장이 들어선지 일주일동안 있었던 일들이다. 박 위원장은 터져나오는 현안들과 의혹들에 대해 과거의 한나라당과 다른 어떠한 입장도 내놓은 것이 없다. 오히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한나라당의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마저 보였다. 현재까지의 행보를 놓고본다면 박근혜 위원장의 쇄신행보는 낙제점이다. 도로 한나라당이라는 얘기를 들어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다. “재창당을 넘어서는 쇄신의 다짐이 무색해지는 일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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