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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는 한나라당을 구할 수 있을까

‘박근혜당’은 과연 한나라당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한나라당이 조만간 박근혜당으로 변신하게 된다. 홍준표 대표의 사퇴로 지도부 공백을 맞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번 주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당을 운영하고 위원장에 박 전 대표를 추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다수의 생각이 비대위 구성으로 가는만큼 그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박근혜 전 대표에게 넘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를 비롯해 당내 다수도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제 박 전 대표의 전면 등장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 (사진=권우성)


한나라당에게 있어서 박근혜 체제의 출범은 현재의 위기에 대한 정면돌파책이다. 박 전 대표 이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는 인식 하에, 여러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체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조기 등장은 자칫 대선주자로서 그에게 정치적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지만, 총선에서 참패하면 대선도 없는 것이기에 박 전 대표를 전면에 등장시키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서도 그렇지만, 당사자인 박 전 대표로서는 현시점에서의 전면 등장이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나라당은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다. 민심은 등을 돌렸고 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문이 한나라당을 뒤흔들고 있다. 민심수습에 협조해야할 이명박 대통령은 요지부동, 자신의 국정운영 기조를 고집스럽게 고수하고 있다. 이렇게 바닥으로 추락한 한나라당을 회생시키는 일에 박 전 대표는 나서게 될 것이다.

물론 그러한 시도가 성과를 거둔다면 한나라당은 회생의 가능성을 찾게 될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탄핵정국에서 대표를 맡아 ‘천막당사’를 통해 한나라당을 최악의 상황에서 건져낸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 때보다 훨씬 심각하고 구조적이다. 아무리 박근혜라도 총선을 불과 4개월 남긴 시점에 한나라당을 살리는 것은 쉽지않아 보인다.

그래서 만약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했는데도 한나라당이 내년 4월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이는 곧 박 전 대표의 패배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선주자로서 박 전 대표의 위상 역시 크게 흔들리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안철수 바람 속에서 대세론이 무너진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총선패배는 곧 대선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어있다. 한마디로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4월 총선이 곧 대선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박 전 대표에게 이같은 상황은 당연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대세론을 유지하며 정치적 리스크를 껴안지 않도록 총선 때까지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자칫하면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박 전 대표도 동반붕괴를 하게 되고 대선을 기약하기 어려울지 모르게 된다. 박 전 대표가 여러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앞에 전면 등장을 선택한 것은, 더 이상 한나라당의 위기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다가는 자신도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의 결과로 해석된다.

그런 의미에서 박 전 대표의 전면 등장은 사실상의 대선 승부수이다. 그러나 그 전망이 그리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한 사람의 리더십으로 돌파하기에는 한나라당의 문제가 너무도 구조적이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같은 것도 그리 신선하지는 않을 듯하다. 서울시장 선거판을 움직였던 2040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콘텐츠가 나와야 한나라당의 변화가 가능할텐데, 문제는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박 전 대표에게 조차도 그러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친이세력이 못했던 것을 과연 친박세력은 할 수 있을까.

안철수 바람에 담겨있던 민심의 새로운 요구 앞에서는 이명박이나 박근혜나 매한가지이다. 정치의 새 변화를 요구하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는 그들은 모두 구정치세력의 일원일 뿐이다. 과연 박근혜는 한나라당을 구할 수 있을까. 아니,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대답은 유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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