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가 지금은 잊혀진 사람이 있다.
허경영. 경제공화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고 네티즌들에 의해 ‘허본좌’라고 불리우기도 했지만, 결국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부시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았다는 등의 허위경력과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결혼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문제의 합성사진
징역 1년 6개월 선고받은 ‘허본좌’
항소심 재판부도 오늘(9일) 허경영씨에게 1심처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허씨가 자신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허무맹랑한 주장을 계속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허씨 주장의 신빙성이 현저히 떨어져 상식을 갖춘 일반인이라면 믿지 않을 것으로 추측돼 원심의 판결보다 중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아예 ‘왕무시’ 판결인 셈이다.
이로써 허경영씨에 대한 재판은 대법원의 확정판결만 남겨놓은 상태이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결혼약속, 부시 대통령 취임식 초청, 고(故) 이병철 회장 양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밀 정책보좌관에 대한 그의 주장을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허씨가 유포했다는 허위사실 내용 대부분이 사실 황당한 것이어서 법원의 판결이 아니더라도 쉽게 의심이 가는 내용들이었다.
부시 취임식 만찬 참석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재판과정에서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었다. 부시 대통령의 취임 만찬에 허경영씨가 갔었냐를 둘러싼 다툼이었다.
허경영씨는 2001년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 만찬파티에 국내 정치인을 대표해서 유일하게 참석했다고 주장했었고, 부시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홍보물에 싣기도 했었다. 물론 사람들은 이를 믿지않았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2001년 1월18일 열린 만찬에 허씨가 실제 참석한 것으로는 인정된다“고 밝혔다. 어떻게 재판부의 이런 판단이 가능했을까?
재판과정에서는 당시 미국에 함께 갔던 경인방송 백성학 회장의 서면 증언이 있었다. 백 회장에 따르면 “당선 만찬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할 당시 허경영 총재와 같은 비행기 바로 옆 자리에 있었고, 파티장에서도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눴다”는 것이다.
백 회장의 이러한 증언이 있었고, 재판부가 만찬 참석 사실을 인정한 것을 보면 간 것은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사실은 거기까지이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시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파티에 한국 정치인 중 유일하게 초청돼 북핵 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과 5분간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는 허씨의 주장도 당시 허씨 말고 또 다른 한국 인사가 초청됐다는 점, 초청장의 문법이 틀리는 등 자료 신빙성에 의심이 있는 점, 당시 허씨의 지위를 고려했을 때 부시 대통령과의 독대는 믿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인정된다"
그러니까 만찬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정치인을 대표해서 초청받았다거나 부시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거나 하는 부분은 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허경영, 왜 주장을 거두지 않았을까
재판부의 판결내용을 보면 그가 만찬에 참석하게 된 경위가 이해된다. 허경영씨는 항소심 과정 내내 대사관의 초청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다가, 마지막 기일에 와서야 2,500달러를 지불하면 참석할 수 있는 행사였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막판에 와서야 그런 진술을 해서 발언의 신빙성이 더욱 의심된다고 판단을 내렸다.
실제로 만찬파티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을 내면 참석할 수 있었던 자리였던 셈이다.
그러면 부시 대통령과 단둘이 찍은 사진은 어떻게 된 것일까. 국과수에서 합성사진으로 결론내린 이 사진은 미국의 현지방송에서 합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사진은 아니었던 것이 확인되었다.
부시 대통령 취임 만찬 참석과 관련된 내용 가운데 참석 부분만 사실로 인정받고 다른 부분은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참석한 것은 사실이었다니 그 정도면 선방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을 내리면서 허경영씨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만약 그가 법정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1심보다 형량이 가벼워질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주장을 거두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온갖 비웃음 속에서도 그는 그래도 '본좌'이고자 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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