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요즘 고민이 많다고 한다. 당의 지지율은 정체상태이고 당의 존재감조차 없다는 지적이 당내에서까지 나오고 있다. 야성(野性) 회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그래서일까. 근래 들어 민주당을 보고 있노라면, '한 건' 생기면 앞 뒤 가리지 않고 목소리만 높이고 보는 과거식 야당의 모습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사진=오마이뉴스
몇가지 대표적인 사례들을 보자.
민주당은 강만수 장관의 '헌재 접촉' 발언을 이유로 헌법재판소의 종부세 위헌소송 선고 연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강 장관의 발언은 백 번 문제가 있는 것이었지만, 헌재 측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내용은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 강 장관 발언의 정치적 불똥이 헌재로까지 튀어버린 상황이 된것이다. 헌재는 강 장관 발언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입장도 발표하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새로운 사실관계를 제시하는 것도 없이 13일로 예정된 헌재 선고의 연기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강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정서는 이해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무런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헌재까지 공격의 상대로 삼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의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강 장관의 표현이 아니라 사실관계이기 때문이다.
만약 헌재가 종부세에 대해 위헌 혹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릴 경우, 아마 민주당은 정부의 압력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할 조짐마저 읽혀진다.
막 시작한 쌀 직불금 국정조사도 문제이다. 민주당이 요구했고 한나라당이 수용하여 국정조사가 실시되고 있지만, 막상 성과를 거두리라는 기대는 들지 않는다. 시종 전·현정권 간의 책임공방전으로 전개되는 국정조사이다. 그런 국정조사가 성과를 거둔 전례가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쌀 직불금 문제가 터지자 본능적으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더 이상 밝혀낼 내용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도 없이, 일단 하고보자는 식의 분위기였다. 어찌되었든 시작된 국정조사, 어떤 새로운 내용을 밝히고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민석 최고위원의 영장실질심사 불출석 방침도 그러하다. 민주당과 김 최고위원은 야당탄압임을 주장하며 영장실질심사라는 법적 절차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검찰과 김 최고위원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운 것인지 우리는 판단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이 밝히는 혐의가 사실과 다른 것이라 해도, 그럴수록 법적 절차를 통해 진실을 가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영장발부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조차까지 거부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합리적이고 실사구시적인 모습 보여야
이런 말을 하면 의례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한나라당도 야당 시절에 그러지 않았느냐고. 그렇다. 한나라당도 그랬다. 무슨 일만 생기면 노무현 탓을 했다. 오히려 지금 민주당보다 더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한나라당도 그랬으니까 민주당도 용서된다고? 야당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만약 그런 생각이라면 민주당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다. 정권을 잃은 민주당은 이제 '차기'를 대비하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해야할 시점에 서있다. 그런 마당에 과거 야당이 의례히 해왔던 투쟁방식을 답습하는 길을 걷는다면 과연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민주당은 소수야당의 처지이니까 야당성을 회복해서 강경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합리성을 상실한채 무작정 정치공세를 벌이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된다.
국민이 야당에게 희망을 걸었던 것은 야당이 시대정신을 가졌다고 믿을 때였다. 독재정권 시절 야당은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갖고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김대중 정부의 집권도 YS 실정에 등돌린 국민이 '준비된 대통령'의 변화의지와 능력을 신뢰한 결과였다.
그러나 요즘 민주당이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정치. 경제적 대변화기의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나라당이 좌-우 이분법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여왔듯이, 민주당 역시 '부자정당 대 서민정당'의 이분법에 갇혀 국정을 재단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한 이분법에서는 합리적이고 실사구시적인 정치가 자리할 곳이 없게 된다. 몇 년간 계속될 세계적 경기침체와 경제시스템 재편의 시대, 그리고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닥쳐올 한반도 대변화의 시대에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들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과거식 야당의 모습에 의존하는 민주당이라면, 비판하는 야당의 모습은 볼 수 있겠지만, 장차 나라를 다시 이끌어갈 대안세력으로서의 믿음은 가지 않는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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