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잘나가던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 결과들은 일제히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미디어 오늘>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달 14일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33.0%, 잘못한다는 평가는 52.9%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관이 지난달 6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때의 지지율 44.6%에 비해 11.6%p나 떨어진 것이다. 단기간의 급락 현상이다.
이어 <폴리뉴스>와 <모노리서치>가 지난 1일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36.9%,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54.9%로 나타났다. 9월15일 같은 기관의 조사결과와 비교해 보면, 긍정평가는 2.3%p 줄어든 반면, 부정평가는 3.9%p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경향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일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가 41.6%로,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51.1%로 나타났다. 지난 8월25일 41.4%에서 10월6일 44.6%로 상승했다가 이번 조사에서 하락으로 반전된 것이다.
또한 리서치 앤 리서치가 지난 3일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40.8%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관의 한 달전 조사 54.3%에 비해 13.5%p나 폭락한 결과이다.
이처럼 조사기관마다 하락의 폭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하락으로 반전되는 추세가 일제히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같은 지지율 하락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냐 아니면 지속적인 추이가 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최근의 지지율 하락 현상의 원인을 살펴보면 그 추이를 어느 정도는 가늠해볼 수 있다. 최근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준 원인으로는 세종시 수정 논란, 헌재의 미디어법 유효 결정에 대한 반감, 김제동-손석희씨 퇴출 논란, 중도실용 노선에 대한 실망의 확산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서 세종시 수정 논란은 상당 기간 지속될 사안이다. 정부가 내년 1월까지 정부안을 내놓겠다고 했으니 내년 상반기까지 정국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법 문제도 ‘재논의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어서 정부여당에게 계속 부담으 남을 사안이다. 종편채널 선정과정에서도 여러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김제동-손석희씨의 퇴출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 기조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장면이 되었으며, 결국 중도실용 노선의 내용부재에 대한 실망이라는 근본적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지난 10.28 재보선에서 야당의 견제론이 먹혀들어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도 이같은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사안들은 일시적인 악재라기 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라는 근본적인 차원의 문제로 해석되기에,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회복은 당분간 좀처럼 쉽지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세종시 논란의 추이와 여권 내부 분열의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하락도 예상해볼 수 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들은 이미 구호만 있지, 콘텐츠가 없는 중도실용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거품과도 같은 대통령 지지율의 급상승에 도취되어 넋놓고 있던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재보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모습만을 보였다. 재보선 배패에 대한 아무런 반성도 없이 그냥 그대로 국정을 밀어붙이려했던 민심둔감증은 여권세력에 대한 민심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이 더 이상 실질적인 국정쇄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한, 중도실용의 구호를 갖고 더 이상 먹고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재보선 패배의 의미와 지지율 하락의 의미를 제대로 읽지 못한채 계속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정치적 재앙을 맞게될지 모른다. 여권이 사는 길은 잘 나가던 분위기가 이제 꼭지점을 통과했음을 깨닫고 변화하는 길을 선택하는데 있다. 더 큰 패배를 겪고서야 그것을 깨닫는다면 때는 늦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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