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노회찬은 진보 서울시장 될 수 있을까

진보신당의 간판급 스타 정치인. ‘노회찬 어록’으로 유명한 토론의 달인, ‘X파일’ 명단 공개의 주인공. 낙선한 원외이지만 국회의원보다 잘나가는 정치인.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어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여야 각 정당에서 물밑 탐색이 계속되는 가운데, 조기에 공세적으로 출마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다.

  노 대표는 출마선언에서 “지금까지 서울에 없었던 진보시장의 탄생”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민주당의 조순, 고건, 한나라당의 이명박, 오세훈 시장으로 이어진 민선 서울시의 역사는 결코 행복한 역사가 아니었다"며 "'요람에서 무덤까지' 서울시민들이 삶을 행복하게 변화시킬 진보 서울시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보신당 후보로서 다른 정당 후보들과의 차별적 위치설정을 위한 기조이다. 

사실 노 전 대표는 그동안 적지않은 대중적 인기를 누려왔지만, 큰 판에서의 정치적 도전을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인기가 찻잔 속 미풍으로 그칠지, 아니면 거센 바람을 몰고올 것인지 관심을 모으게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회찬 대표의 출마선언 ⓒ 남소연

노 대표가 갖고 있는 대중적 지명도, 그리고 젊은층에서의 인기 등을 감안하면 그는 야권의 유력후보로 부상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출마선언에서 제시한 '서울의 7가지 행복한 변화'의 내용을 뜯어보면 진보정당 후보로서 차별적인 정책대안 제시에 노력한 흔적을 읽을 수 있다. 진보정당 쪽의 정치인들이 취약한 정치적 감각도 뛰어난 편이다. 적어도 콘텐츠 면에 있어서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중요한 변수로 부상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잠재력이 현실 속에서의 힘으로 연결될 것인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의 정치구도에서 진보신당 후보가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진보신당은 국회 원내 의석 1개에 불과한 소수파 정당이다. 민주노동당과 함께 진보정당의 양대 축이라고는 하지만 당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당’보다는 ‘인물’을 부각시키며 선거를 치러야 할 상황이다. 

노 대표가 부딪히게 될 무엇보다 어려운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에 대한 압박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마다 한나라당과 야권 후보가 1대1의 대결을 벌이는 구도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야권의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에서는 야권의 공멸, 한나라당의 어부지리가 예상되는 것이 내년의 선거이다. 

이러한 상황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후보단일화 논의에 있어서 아무래도 진보신당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민주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의 경우 한명숙 전 총리가 출마를 포기함에 따라 후보의 윤곽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당 지지율을 생각하면 민주당 후보가 야권의 선두를 달릴 가능성이 크다. (단,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장관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지 않는다는 전제에서이다) 그렇게 되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후보단일화 압박은 노회찬 대표의 양보에 대한 압박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노 대표가 그동안 그가 언급해온 ‘진보연합’의 내용을 생각하면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민주당과의 '묻지마 연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민주노동당 등 진보세력의 '진보연대'까지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해도 야권 전체의 후보단일화 여부에 따라 선거결과가 달라지는 판세가 될 경우에는 노 대표도 그 흐름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노 대표가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켜 야권의 선두를 달린다면 그를 최초의 진보 서울시장으로 만들기 위한 야권연대가 가능할 수 있다. 그 때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양보해야 한다. 그래서 최초의 진보 서울시장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노 대표가 야권내 선두를 달리지 못하고, 후보단일화가 있으면 야권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이 두가지 상황이 동시에 전개될 경우에는 노 대표가 대의를 위한 결단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찌보면 결론은 간단할 수 있다. 민주당의 후보가 누가 되든, 혹은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후보가 누가 되든, 노회찬 대표는 야권 내부에서 그들과 최선을 경쟁을 벌이고 그에 따른 민의를 존중하면 된다. 노회찬 대표가 좋은 후보라고 믿는 우리로서는 그의 선전을 바라면서도, 동시에 그가 야권 전체의 연대라는 큰 요구도 잊는 일이 없기를 주문한다.

대표의 앞에 어느 길이 펼쳐질지는 현재로서는 예단할 일이 아니다. 최선을 다하고 민의에 따르면 된다. 그것이 서울시장의 길이든, 아니면 살신성인의 길이든, 그렇게 하는 것이 순리라고 믿는다. 그 때까지 노회찬 대표의 선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