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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명숙 수뢰 보도, '노무현의 죽음' 잊은 검찰

이번에는 한명숙인가. 오늘 아침 <조선일보>는 “한명숙 전 총리에 수만불” 제하의 기사를 1면 톱기사로 실었다.

이 기사는 “대한통운 비자금 조성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3일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2007년 무렵 수만달러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 대가성 여부를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검찰은 곽 전 사장이 2007년 4월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사장으로 선임된 점에 주목, 이 돈이 사장 선임을 도와주는 대가로 준 것인지 아니면 불법 정치자금인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하고 있다

수사중이라고 하지만, 이 기사만 보면 제목부터가 한명숙 전 총리가 수만달러의 불법적인 돈을 받았다는 예단을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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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에 게재된 기사

그러면 한 전 총리는 <조선일보>의 보도대로 수만달러의 불법적인 자금을 받은 것일까.그것이 불확실하다. 우선 한 전 총리는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이 보도를 접한 한 전 총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주 철저하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민주당도 "한 전 총리는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으며 민주당도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사자 측의 입장만 갖고 판단할 수 없으니까 그것은 그렇다치고, 그러면 검찰의 입장은 무엇인가. 오늘 <연합뉴스> 보도는 이렇게 전하고 있다.

“검찰이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 전 의원에게 2007년 무렵 수만 달러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 수사 중인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2007년 무렵 실제로 돈을 건넸는지 등 곽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음이다. 이 기사는  “그러나 검찰은 곽씨의 진술에서 액수, 시기 등이 특정되지 않았고, 일부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앞뒤가 맞지 않아 좀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보강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싣고 있다. 그래서 검찰관계자의 말이 나온다. “통상 진술이라고 하면 증거로서 가치가 있을 때 진술이라고 말하는데, H 전 의원에 관한 곽씨의 말은 진술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이런 얘기이다.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얘기는 있었는데, 일부 앞뒤가 안맞는 사실관계도 있어 더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아직 증거로서 가치가 있는 진술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상에, 돈을 주었다면서 액수와 시기조차 특정하지 않은 내용이 진술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아직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려운 말을 갖고, 그래서 더 조사를 해봐야 아는 내용을 갖고 검찰은 이를 흘리고 <조선일보>는 대서특필했다는 얘기가 된다.

바로 그런 짓을 하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은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또 다시 검찰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흘리고 <조선일보>는 이를 크게 보도하는 똑같은 행위가 반복된 것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전직 총리라는 면에서 뿐만 아니라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있는 야권의 비중있는 인물이다. 한마디로 결론이야 어떻게 나든간에 일단 한명숙에게 상처를 내고보자는 속셈으로 볼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임채진 전 검찰총장은 당시 대국민사과문에서 “수사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제언과 비판은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개선해 나갈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금 검찰의 모습을 보면 제언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지도, 개선하지도 않는 모습 그대로이다.

도대체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부터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또 다시 실정법 위반을 되풀이하는 검찰에 대해 이번에는 실정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하는 것 아닐까. 김준규 검찰총장은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