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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오세훈 시장님, 내일 출근길은 괜찮을까요

오늘 아침 새해 첫 출근길 서울에서 교통대란이 빚어졌습니다. 트위터를 보니까 많은 분들이 출근하는데 2시간 넘게 걸렸다, 버스도 서고 지하철도 제대로 안다녀 중간에서 걸었다, 폭설이 예고되었는데도 제설작업도 안하고 무엇했느냐..... 출근길의 고통과 불만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사실 눈이 이렇게 내리는데 서울시라고 뾰족한 수가 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서울시는 오늘 아침 제설인력과 각종 장비를 동원해 대량의 염화칼슘을 주요 도로와 언덕길 등에 살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내리는 폭설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서울시는 많은 양의 제설제를 살포했지만 워낙 단시간에 눈이 많이 내린데다가 기온도 낮아 제설제가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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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아침 출근길 시민들 ⓒ 유성호

충분히 그랬을 법합니다. 오전 5시부터 4시간 동안 17.3㎝가 쌓일 정도로 폭설이 오다보니 기존의 제설차량 운행과 염화칼슘 살포 방식의 제설대책이 한계를 드러낸 것입니다. 제설차량이 지나가자마자 눈이 쌓여버리니 도리가 없었다고 서울시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추운 날씨임에도 악조건 속에서 제설작업에 나선 서울시 공무원들께는 정말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게 됩니다. 사실 그 분들의 고생을 생각하면 오늘 아침의 교통대란에 대해 하늘 탓이나 하고 도리없는 일로 넘기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내일 아침 출근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까지 눈이 더 온다고 하니까, 밤 사이에 얼어붙으면 내일 아침에는 오늘을 능가하는 최악의 교통대란이 빚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직 이번 겨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하늘만 바라보며 교통대란에 대처하기에는 서울시라는 거대 자치단체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습니다.

지난 12월 하순 서울에 내린 눈 앞에 서울시의 제설대책이 구멍을 드러냈을 때, 오세훈 시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갑자기 내린 눈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앞으로 눈의 양이나 여건을 따지지 말고 모든 특수 상황에 대비하라." 서울시 공무원들을 질타하며 강도높은 제설대책을 주문했습니다.

오 시장이 직접 나서서 그런 지시를 한 직후라서, 그래도 오늘 아침 이런 상황까지는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도로들이야 도리가 없다 하더라도 주요 도로들이야 서울시가 제설작업에 만전을 기하겠지,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더구나 오늘 폭설은 어제 낮부터 사전에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서울시의 제설대책은 내리는 눈 앞에서 속무무책의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올림픽도로, 남산 1호 터널도 마비되었고, 세종로, 태평로, 을지로, 퇴계로 같은 주요 도심도로마저도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교통 조차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지하철마저도 멎거나 환승이 불가능한 상황이 빚어졌습니다. 한마디로 서울의 모든 교통망이 마비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단시간에 워낙 많은 눈이 내린 특수한 사정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서울시의 제설역량과 기술이 이 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그 분야에 대한 식견이 없어서 잘은 모릅니다만, 현재 서울시의 제설대책과 방식이 최선의 것인지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시민들은 퇴근길, 그리고 내일 아침 출근길을 또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중교통 이용하래서 그렇게 했더니, 지하철 운행도 제대로 안되고.... 내일은 또 어떻게 해야할지 시민들은 걱정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디자인 서울’도 아니고 광화문 광장에서의 요란한 이벤트들도 아닙니다. 그저 눈이 내려도 큰 고생 안하고 일터로 갈 수 있는 정도의 도움은 줄 수 있는 서울시를 원합니다. 경위가 어찌되었든, 이번 겨울 서울시 제설작업의 한계로 인해 시민들의 고생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도 오늘 제설작업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내일 아침에는 시민들이 안심하고 출근길에 나설 수 있도록 더 분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차제에 서울시의 제설대책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검토가 있었으면 합니다. 예고된 폭설 앞에서 손들어버린 서울시가 왜소하게만 느껴진 오늘 아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