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원전 수주, 증시의 반응이 냉정한 이유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를 한국전력공사 컨소시엄이 수주한 성과를 우리 언론들은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와 국내 언론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을 부각시키는 ‘무용담’을 다각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분명 축하할 일이고 함께 반길 일이지만, 어쩐지 너무 흥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마지막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이번 일을 “천운이자 국운”이라고 표현했다. “정부와 많은 기업이 노력한 덕분이지만 정말 천운이자 국운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으며, 이런 기쁜 소식을 갖고 한 해를 마무리하게 돼 더 이상 기쁠 수가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전 수주 성공 기자회견 Ⓒ 청와대

이번 원전 수주는 원전 플랜트 일괄수출 계약으로, 원전 설계와 건설 부문 계약금액이 약 200억달러에 이른다. 그리고 건설 후 연료 공급, 기기 교체, 폐기물 처리 등 원전 운영부문이 약 200억달러 규모로 총 400억달러(47조원)짜리 사업이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이는 NF쏘나타 100만대 또는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180척 수출과 맞먹으며 10년간 11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효과 전망은 어디까지나 정부의 해석이다. 실제로 수익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될 것인지는 좀더 자세한 근거들이 제시되어야 분석이 가능한 상황으로 보인다.

당장 시장의 반응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원전 수주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어제 국내 증시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3.25포인트(0.19%) 오른 1,685.59로 장을 마쳤다. 특히 한국전력 주가는 상한가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락하여 결국 5.19% 상승하는데 그쳤다. 특히 외국인들이 한전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29일) 오전에도 한전은 약보합권에 머물러있는 상황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우선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을 떠올리며 원전 수주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증시 애널리스트들은 수익 규모의 불확실성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원전 수주가 물론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 수익성에서 얼마나 남을 것인가 더 따져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전체 사업의 내용, 참여업체별 수익배분 비율, 원전 운영 방식 등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원전 수주를 가격경쟁으로 따낸 측면이 있어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마디로 규모는 큰데, 얼마나 남는 장사인지는 내용을 더 뜯어보아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 수수 소식이 국내 증시에 미미한 영향만 주고 있는 배경은, 시장의 이같은 신중한 반응을 들 수 있다.

미국 언론들도, 국내 언론과는 달리, 매우 조용한 보도를 하고 있다. <월스리트저널>, AP 통신 등은 이와 관련된 사실관계만 객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즈>가 "한국 원전수주, 고위급 경쟁서 승리"라고 보도했다는 국내 기사가 있어 직접 확인해보았더니, 기사 속에 다음과 같이 딱 한 문장 나오는 정도였다.

The deal, one of the largest in the energy sector this year, comes amid a resurgence of nuclear power projects and had involved prominent lobbying from officials including the presidents Nicolas Sarkozy of France and Lee Myung-bak of South Korea.

객관적인 시야를 갖게 되는 국내 증시나 외국 언론들은 비교적 조용하고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 기업에게는 분명 좋은 일임에 틀림없지만, 정말 ‘천운이자 국운’이라 표현할 정도의 일인지는 아직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계약의 자세한 내용들이 좀 더 알려져야 합리적인 분석과 결론이 가능할 것이다.

이제는 정부나 언론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고 실제 수익성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앞으로 사업과정에서 제기되는 과제들은 어떤 것들인지를 냉정하게 분석하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의 박수를 받는 것은 소설같은 무용담을 통해서가 아니라, 실제 수익의 규모와 채산성을 보여줌으로써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