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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손석희 “서울시장 출마설은 오보”

오늘 아침 손석희 교수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사이에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위치가 뒤바뀌는 진풍경이 있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홍 의원이 자신을 인터뷰하던 손 교수를 향해 역으로 인터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초 손 교수는 홍 의원을 상대로 정운찬 총리의 최근 행보에 대한 의견을 듣는 인터뷰를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홍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느닷없이 손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손 교수가 그런 얘기는 오보라며 부인을 했지만, 홍 의원은 거듭해서 물었고 급기야 안나간다는 것을 국민들 앞에 맹세할 수 있느냐는 질문까지 던졌다. 결국 손 교수는 맹세한다는 답까지 하며 서울시장 출마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손 교수의 답에 대해 홍 의원이 “그럼 우리 참 큰 부담 덜었네요”라며 반겼듯이, 홍 의원으로서는 오늘 ‘한 건’ 했다고도 할 수 있다. 만약 야권에서 손 교수를 영입해서 출마시키면 한나라당이 몹시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그런 상황은 없다고 하니 안심이 된다는 의미이다.

사실 인터뷰에 응하던 홍 의원이 느닷없이 손 교수에게 질문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얼마전 손 교수의 <100분 토론> 하차설이 나왔을 때도, 다른 문제로 출연했던 홍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손 교수에게 던졌다. 손 교수가 그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대답을 피했지만, 홍 의원은 집요하게 그 얘기를 계속했다. 그래서 급기야는 손 교수가 말을 끊는 상황까지 있었다.

그러나 오늘 같은 경우는 성격이 달랐던 것 같다. 만약 홍 의원의 질문에 대해 손 교수가 대답을 하지 않고 다른 문제로 말을 돌렸으면, 아마 언론들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손 교수의 대답을 부각시키며 출마설에 군불을 땠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아는 손 교수이기에 아마도 주제가 빗나간 것을 알면서도 출마설을 강하게 부정하는 답을 이례적으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출연했던 홍준표 의원이 자신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던 손석희 교수로부터 뉴스 한 건을 얻어낸 희안한 날이 되어버렸다.

다음은 오늘 있었던 두 사람 사이의 방송내용 가운데 해당 부분이다.

☎ 손석희: 알겠습니다. 혹시 과거에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나서신 적이 있기 때문에 서울시장,
☎ 홍준표: 지난번에 떨어졌지.
☎ 손석희: 예, 다시 나서실 생각은 혹시 없으십니까?
☎ 홍준표: 손 박사 민주당 서울시장 나간다는데 나갈 생각 있으십니까?
☎ 손석희: 그건 오보입니다.
☎ 홍준표: 오보인지 아닌지 민주당에서는 열심히 손석희 박사를 지금 초빙하려고 하는 것 같던데,
☎ 손석희: 저는 제안 받은 바도 없고요. 오보입니다.
☎ 홍준표: 진짜 안 나갈 겁니까?
☎ 손석희: 예.
☎ 홍준표: 이 라디오 방송 듣는 국민들 앞에 맹세할 수 있어요? 
☎ 손석희: 예, 안 나갑니다.
☎ 홍준표: 절대 맹세할 수 있죠? 
☎ 손석희: 예, 그런데 자꾸 저한테 질문하십니까? 저는 안 나간다고 말씀드렸는데요.
☎ 홍준표: 그럼 우리 참 큰 부담 덜었네요. 손 박사가 국민 앞에 맹세했어요. DJ처럼 번복하고 나가기 없기입니다.
☎ 손석희: 아이고 뭐 다른 분 말씀하실 필요 없고요. 아무튼 제가 안 나간다고 말씀드렸는데요.
☎ 홍준표: 그럼 됐습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 홈페이지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