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꺼내들었던 장광근 사무총장 교체의 칼은 결국 아무 것도 베지못한채 다시 칼집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25일자 <동아일보>는 그 과정을 보도하고 있다. 그 내용 가운데 일부를 인용해보자.
“정 대표는 11일 저녁 박형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만나 세종시 대응방안과 당직 개편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 수석은 정 대표에게 “세종시 문제로 야당과 친박(친박근혜)이 공세를 펴는 상황에서 친이계 핵심인 장광근 사무총장을 교체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도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여당 내 주류 측의 단합 차원에서 당직 개편을 세종시 처리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류 때문인지 당초 지난주 당 사무총장과 대변인 교체 인사를 하려고 했던 정 대표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장광근 사무총장 |
정몽준 대표 |
정몽준 대표의 뜻대로 친이 진영의 ‘실세’인 장광근 사무총장이 교체될지 여부는 그동안 한나라당 안팎의 관심을 모아왔다. 정 대표가 워낙 강력히 그의 교체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에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독대에서 정 대표는 장 사무총장 경질 방침을 보고하고 재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장 사무총장은 10일 자진 사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이를 취소했다. 친이 진영의 지원에 힘입어 ‘버티기’로 선회한 것이었다.
그 뒤 친이 진영에서는 장 사무총장 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대두되어 정 대표의 교체 시도에 본격적인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박형준 수석이나 이재오 위원장의 역할이 있었음을 <동아일보> 보도는 전하고 있는 셈이다.
당초 정 대표가 장 사무총장의 교체를 추진했던 것은 그와의 불협화음 때문이었다. 장 사무총장은 그동안 정 대표의 당운영에 여러 가지로 제동을 걸었다. 심지어 정 대표가 3자회담을 제안했을 때는 "원내대표의 정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어떤 행보도 자제해야 한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하극상이 계속되고 당 대표보다 사무총장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 정 대표의 영이 서기는 불가능한 일. 정 대표는 장 사무총장을 교체하기로 마음먹고 이 대통령과 담판을 지었지만, 결국은 무산되고 만 것이다. 청와대와 친이 진영 입장에서는 세종시 정국을 돌파해야 하는 상황에서 친이 진영의 결속을 유지시킬 장 사무총장같은 ‘돌격대장’이 필요했던 셈이다.
이로써 청와대와 친이 진영의 재신임을 얻게된 장 사무총장에게는 더욱 힘이 실리게 되었다. 장 사무총장은 박사모의 친이 낙선운동이 박 전대표에게도 누가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고, 조기 전당대회에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분간 한나라당은 실세 장광근 사무총장이 허세 정몽준 대표 보다 실질적으로 위에 있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친이 진영의 막강한 힘 앞에서 정몽준 대표는 결국 ‘바지 대표’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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