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유시민 전 장관에 대한 인터뷰가 있었다. 인터뷰의 주요 관심사는 유 전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것인가, 아니면 대선 후보로 나설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이에 대해 유 전 장관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무슨 생일 날 잘 먹자고 무슨 며칠을 굶냐, 우선 지방선거가 중요한데 모든 인적 자원을 거기다 투입해야 된다, 이런 주장도 있죠. 그런데 아직은 뭐 저도 여러 가지 개인적인 고민도 있고 그래서 지금 당장 결정해야 될 일은 아니지 않을까, 그렇게 봅니다.”
인터뷰의 전체 분위기를 보아서는 서울시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 가운데 하나에 대한 출마는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다만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당내 의견 등을 좀더 듣고서 판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유 전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보도될 때마다 나는 한가지 의아한 생각이 들곤한다. 한명숙 전 총리와의 관계 문제이다. 유 전 장관과 한 전 총리는 참여정부 시절 국정을 함께 책임졌던 관계이다. 또한 국민들에게는 이른바 ‘친노’ 의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져있는 경우이다. 두 사람 모두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인물로 국민에게 인식되어 있다.
그런데 한 전 총리도 얼마 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지난 연초에 “국민들이 요청하는 결정에 따를 각오이고 마지막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밝혀 서울시장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동안 야권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던 한 전 총리가 처음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검찰의 기소사태를 겪은 그가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장 선거에 유 전 장관과 한 전 총리가 동시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 한 전 총리 출마에 대해 유 전 장관은 이렇게 답하고 있다.
☎ 손석희 :
한명숙 고문 같은 경우에도 지금 이미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그건 혹시 확인이 가능합니까?
☎ 유시민 :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꼭 제가 뭘 해야 되는 건 아니니까요. 국민들이 유권자들이 볼 때 저 사람이면 괜찮겠다, 이런 다른 분이 또 계시면 그런 분으로 할 수도 있고요.
☎ 손석희 :
한명숙 전 총리가 나설 경우에 유시민 전 장관께서는 서울시장 출마를 하지 않겠다 라는 얘기가 지난번에 나왔는데 혹시 본인께서 말씀하신 겁니까?
☎ 유시민 :
아니, 뭐 하지 않겠다는 것보다 아무래도 모양이 제가 장관을 할 때 국무총리로 모시고 일했던 어른이시고 또 정치하기 전에도 시민단체 활동이나 이런 거 하실 때 존경하는 분이고 그렇습니다. 그런 건 그런 거고 저도 또 참여당의 당원이니까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당 지도부나 당원들의 여러 가지 의견도 있고 그래서 이제 그런 것도 들어봐야 되고요.
유 전 장관 자신도 한 전 총리와 함께 출마하게 될 경우 모양이 안좋다는 것은 의식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종적인 결론에 대해서는 당내 의견을 들어야 한다면서 유보적인 입장이다. 만약 국민참여당 내부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강권할 경우에는 출마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한명숙-유시민 두 사람이 서울시장 선거에 동시출마하는 일만은 피해야 할 것이다. 두 사람의 동시출마는 야권에게는 최악의 그림이 된다. 아마도 야권의 분열, 또한 ‘친노’의 분열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하겠다던 두 사람이 같은 선거에서 경쟁하는 상황이 된다면 아마도 그 장면 자체가 정치적 조롱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 설혹 막판 후보단일화를 공언하고 나선다 하더라도,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그러면 누가 양보해야 하는 것인가. 두 사람의 정체성에 커다란 차이가 없음을 전제로 한다면, 조금이라도 야권의 연대와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누구라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향후 몇 달동안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결론을 내려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이 분열된 것도 모자라 또 다시 한명숙-유시민이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장면만큼은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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