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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당에게 박진영 영입보다 급한 것은

민주당이 박진영의 영입을 시도했다가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장인 김효석 의원은 박진영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영입을 추진했지만, 박씨 측이 공연 스케줄 등의 이유로 고사하면서 불발로 그쳤다고 공개했다.

김 의원은 민주정책연구원 산하에 설립을 추진 중인 `청년연구소'(가칭)의 소장직 등을 염두에 두고 박씨에게 `러브콜'을 보냈다고 밝혔다. 젊은 층과의 새로운 소통방식을 접목시켜 당 전체에 새로운 바람과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박진영 영입을 추진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박진영을 영입하려던 민주당의 발상에는 분명 신선한 면도 있다. 야당으로서 젊은 층의 지지를 얻어나가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또한 박진영이라는 인물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음반제작자이자 가수이다. 만약 영입이 성사되었다면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대단한 뉴스거리가 되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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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영 ⓒ JYP엔터테인먼트

그럼에도 민주당이 박진영을 영입하려 했다는 소식이 진부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유명인이라는 이유 이외에 민주당과의 어떤 연관성도 발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언론이 보도한대로 민주당 박상천 의원의 이모의 외손자라는 것 이외에는 민주당과의 공통분모가 무엇인지 우리는 접한 바가 없다. 정치에 대한 박진영의 생각은 무엇인지, 그의 정치적 견해가 무엇이고 민주당에 대한 시선은 어떠한 것인지, 청년문제 혹은 문화정책에 대한 그의 생각은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는 거의 알지 못한다. 아마 민주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기본적인 문제들은 제쳐놓고 일단 유명인이기에, 그의 영입 자체가 뉴스거리가 될 수 있기에 민주당이 탐을 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런 식의 영입이 성공할 수 없음은 과거의 사례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96년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은 한글과컴퓨터 이찬진 사장을 전국구 후보로 영입했고, 그는 1997년 12월에 전국구 의원직을 승계했지만 결국 6개월을 못버티고 사퇴한 적이 있다. 당초 그가 신한국당에 발을 딛은 것에 대해 여러 곳에서 비판적인 말들이 많았는데, 신한국당으로서도 이찬진 개인으로서도 성공하지 못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민주당 박진영 영입 시도 얘기를 접하면서 필자는 이찬진의 경우를 떠올렸다. 특정 분야의  전문인을 단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만 들이려는 ‘묻지마 영입’도 어쩌면 낡은 정치행태가 아닐까.

민주당이 진정성을 갖고 청년들의 문제에 접근하려 했다면 박진영 영입 이전에 입시, 대학등록금, 청년취업 문제 등에 대해 좀더 열성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그것을 통해 청년세대의 신뢰와 지지를 얻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오늘날 청년들이 서있는 현실과 관련된 핵심적인 문제들은 제쳐놓고 박진영을 영입하여 청년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으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지금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박진영 영입이 아니라 청년세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일이다.

(후기) 그런데 민주당이 짝사랑하다 끝난 박진영 이야기를 왜 김효석 의원은 공개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영입을 시도하다가 실패하면 그 일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정치권의 관례이다. 거명된 당사자에게 공연히 누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를 공개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박진영 효과’를 얻으려 한 것 아닌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