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사의를 표명했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BBC 인터뷰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왜곡해서 언론에 전달했다는 논란이 일자 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실제 발언 내용과 청와대가 언론에 배포했던 첫 보도자료의 내용을 보니 왜곡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하여 "조만간이라고 이렇게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거 같다고 본다"며 “양국간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 열린 마음으로 사전에 만나는데 대한 조건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고 말한 내용이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상황이 되면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둔갑을 해버렸다. 크게 수위가 낮추어진 것이다.
이 대통령의 원래 발언 내용은 하나 하나가 의미심장한 것들이었다. 김정일 위원장과의 연내 만남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처음이고, 더구나 만남에 조건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밝힌 것도 크게 변화된 모습이다. 물론 유익한 대화를 해야 하고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지만, 이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선회했다는 해석이 나올 발언들이었다. 결국은 청와대 대변인이 그런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왜곡해서 전달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BBC와의 회견에 배석했던 김은혜 대변인은 논란에 대해 “이 대통령이 많은 일정으로 상당히 피곤한 상태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발언이 썩 매끄럽지 못했다”며 “여파가 클 수 있는 발언이어서 인터뷰를 마친 뒤 이 대통령에게 진의를 물었고, 이 대통령이 설명한 내용으로 인터뷰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발언을 왜곡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은혜 대변인을 비롯한 청와대 홍보라인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남북관계의 급진전을 제어하기 위한 참모들의 ‘장난질’이었는지, 아니면 자칫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우국충정’의 발로였는지는 더 확인해봐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 하더라도 청와대 대변인이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설혹 참모들이 이 대통령의 발언을 너무 나간 것으로 받아들였다 해도, 일단은 사실은 사실대로 전달하고 그 이후에 적절한 방식으로 발언의 파장을 조절하는 것이 정상적인 방식이었다. BBC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질 발언 내용을 이런 식으로 왜곡해서 전한 것은 우리 언론과 국민을 바보로 여긴 것밖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김은혜 대변인은 MBC에서 기자와 뉴스 앵커를 지냈던 인물이다. 언론인 출신의 대변인이 이런 식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언론을 향해 장난을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김 대변인은 과거 자신이 가졌던 기자정신은 이제 다 던져버리고 대통령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충성심만 남은 모습이 되어버린 것인가. 그들이 진정 국민을 바라보고 일하는 청와대 참모들이었다면 이런 식의 사실 왜곡은 감히 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통령 발언의 왜곡 경위에 대한 청와대측의 보다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
* 유창선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아프리카 TV의 '유창선의 시사난타'를 방문하시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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