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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강기갑의 ‘남보원’ 패러디는 계속되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강기갑 대표의 ‘남보원’ 패러디를 선보였다. 그것도 창당 10주년 기념식이라는 뜻깊은 자리에서 말이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어제(30일) 열린 기념식에서는 KBS <개그콘서트>의 '남성인권보장위원회(남보원)'가 '서민인권보장위원회(서보원)'로 패러디되었다고 한다. 강 대표로 분한 개그맨 박성호의 역할을 그대로 강 대표가 이어받고,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른 개그맨 황현희의 역할은 최형권 최고위원이, 북을 치는 최효종의 역할은 오병윤 사무총장이 맡았다.

강기갑 대표가 "괜히 투표했어. 괜히 뽑아줬어. 부자 돈은 안 받는대. 서민들 돈이 더 좋대. 어떡해~ 나 어떡해~" 하니, 황현희 역할을 맡은 최형권 최고위원이 안타까움에 떨고 있는 강 대표에게 '요술봉'을 갖다 댔고. 뾰로롱 소리와 함께 다시 강 대표는 정색을 하며 "삼진 아웃"이라고 말했다. 영락없는 개콘 ‘남보원’의 장면이었고 참석한 당원들 사이에서는 포복절도 폭소가 터져나왔다고 한다.

사실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행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흔히 ‘투쟁’과 ‘결의’를 떠올리게 되는 민주노동당의 창당 기념식에서 이처럼 웃음을 안겨주는 프로그램이 마음먹고 들어간 것은 보기 드문일이다. 개콘의 인기 코너를 패러디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화제거리를 낳은 것은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려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신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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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창당 10주년을 맞은 민주노동당은 지금 정체의 위기에 직면해있다. 민주노동당이 지난 10년동안 한국의 진보정당사를 새로 써온 것은 분명하지만, 그 성장이 답보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고정적인 지지자를 제외한 다수의 국민들은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정당들을 여전히 구호와 투쟁에만 강한 정당으로 인식하고 있고, 자신들의 생활 가까이에 와있는 친숙한 정당으로 여기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의 진보정당들이 대중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채 자신들만의 투쟁을 전개해온데 따른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민주노동당은 눈높이를 낮추어 대중들과 정서를 공유하며, 이념보다 생활에 대한 접근을 중시하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민주노동당이 ‘남보원’ 패러디를 했다고 해서, 그냥 웃기만 하고 만 것은 아니다. ‘서보원’을 하면서도 그들은 하고 싶은 뼈있는 말과 정치적 메시지를 그 속에 담았다. 그들은 ‘남보원’ 패러디를 하면서도 "네가 쓰면 신용카드 내가 쓰면 대출카드, 떡볶이 먹는다고 부자가 서민 되냐"고 외쳤다. 이처럼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결코 자신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이 다시 대중적 지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관심과 생활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

이번에 선보인 ‘서보원’ 코너는 최근 민주노동당, 전교조, 전공노에 대한 탄압상황 때문에 취소될 위기를 맞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정치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정대로 ‘서보원’ 패러디를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민주노동당의 변화를 보여주려는 노력은 언제 어디서든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과제이기 때문이다. 강기갑 대표의 패러디가 우리 시대의 ‘진보’의 내용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성찰과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민주노동당의 창당 10주년을 축하한다. 그리고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의 ‘남보원’ 패러디같은 발상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란다.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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