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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진중권의 ‘변희재는 듣보잡’ 유죄선고를 보고

‘듣보잡’을 둘러싼 진중권과 변희재의 법정 공방은 일단 변희재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법원은 변희재를 모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진보논객 진중권에게 벌금 300만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진중권은 진보신당 인터넷 게시판에 변희재를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라는 뜻의 속어)이라고 지칭하는 글을 올려 모욕한 혐의, 그리고 “변듣보는 매체를 창간했다가 망하기를 반복하는 일의 전문가”, “변듣보는 행동대장에 불과하고 그 윗놈들을 잡아야 한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표현으로 변희재를 비방한 혐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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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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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오늘 재판부가 밝힌 유죄 판결 이유는 이런 것들이다.

- "진씨가 단순히 변 대표의 근황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만화 영화에 나오는 악동 `가가멜'에 빗대어 조롱하거나 함량 미달로 묘사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한 것이 인정된다."

- "(매체 창간 부분은) 사실임을 소명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봐야 하며 감정적인 표현을 담는 등 비방 목적이 없이 공익을 위해 글을 쓴 것으로 보기 어렵다."

- "의혹을 제기할 때는 수긍할 만한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데 진 전 교수는 이를 제시하지 못해 허위 사실 유포에 해당한다... 변 대표에 대한 글은 변 대표의 개인적·사회적 비리 의혹에 대한 감정적 표현을 담은 것이다.“

다만  "표현의 중요도나 글을 올린 게시판의 성격 등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벌금형에 그친 이유를 설명했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진중권은 “결과에 수긍할 수는 없지만 항소하면 법정에 계속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므로 변호인과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 사이의 법정 공방을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번 판결에 대한 찬반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 진보 인사들을 집요하리만큼 공격해온 변희재가 보여온 언행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판결에 대한 불만을 터뜨릴 것이다.

나도 평소 변희재가 진보 인사들을 악의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에 대해 마찬가지로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나 역시도 변희재로부터 몇차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는 곤욕(?)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진중권이 변희재를 비판했던 내용적 핵심은 이해하고 수긍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런 정도의 일을 갖고 검찰이 굳이 기소하는데에도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진중권이나 진보성향의 사람들도 이번 판결을 발전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진보와 의견이 다르고, 심지어 진보에 대해 악의적인 비난을 해대는 인물들에 대해서도 지킬 것은 지키며 맞비판을 하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렇지 않고 서로가 인신공격에 초점을 맞추며 험한 소리만 늘어놓게 되면 지켜보는 국민들은 이를 이전투구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내용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파묻혀 버리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가 그렇지 않은데 어떻게 그러란 말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설혹 상대가 먼저 도발하더라도 똑같이 대응할 것이 아니라, 더 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보의 그릇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진보의 품격을 지키는 모습은 필요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특정인들과의 거칠은 말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에 대해 더 많은 국민의 동의를 받는 일이다. 진보와 보수 사이의 대결이 보다 내용을 갖춘 논리적 경쟁으로 변화해 가는데는, 보수 인사들의 각성도 필요하지만 진보 인사들의 선도적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대단한 형은 아니지만 유죄를 선고받은 진중권에게는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가 기울여왔던노고를 나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진보와 보수 모두 이번 판결을 성찰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말도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아이폰으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