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오세훈식 복지'는 겉치레 포장에만 열중해 왔다. 복지가 곧 일자리이라는 대담한 생활복지 플랜을 펼쳐나가겠다. 사람을 위한, 사람에 대한 복지투자, 사람 살만한 서울을 만들어 가겠다. 사람특별시, 한명숙의 약속이다." (한명숙 전 총리의 출마선언에서)
사람을 위한 사람특별시. 마치 선거에 나선 대부분의 후보들이 주민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하는만큼이나 두루뭉술하다. 프리미엄을 누리는 현직 단체장의 여유있는 캐치플레이즈는 될 수 있을지언정, 도전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야 하는 야당 후보의 그것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죄선고 효과에 따라 탄력을 받고 있는 한 전 총리가 오세훈 시장과 각을 세우는 분위기를 만들며 수도권 선거 전체에 야당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맥이 빠지는 장면이다.
캐치플레이즈는 고치면 된다고 치자. 더 심각한 것은 정도를 벗어나고 있는 한명숙 캠프의 모습이다. 그동안 한 전 총리 측은 실질적인 후보경선을 사실상 거부해왔다. 경선에 나선 이계안 후보 등은 경선실시를 요구해왔지만 한 전 총리는 답이 없었고, 결국 민주당은 서울시장 경선을 100% 여론조사로 실시하는 방침을 결정했다. 경선과정에서의 여러 부담을 의식한 한 전 총리의 입장을 배려한 결정이었다.
한 전 총리 측이 우려하는 바를 모르지는 않는다. 일정이 촉박한 상황에서 경선 자체를 치르는데 공을 들일 경우 본선 준비가 제대로 안될 것이 우려될 수 있다. 더구나 상대 후보로부터의 공격이 있게 될 경우 한 전 총리가 흠집이 날 가능성도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인다해도 경선을 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잘못이다. 한나라당은 4년전의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경선효과를 톡톡히 누린데 이어 이번에도 경선효과를 맛보고 있는데, 정작 야당인 민주당은 실질 경선을 포기하였다. 자신들에 대한 관심을 스스로 포기한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TV 토론마저도 거부하려는 한 전 총리 측의 입장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계안 후보는 TV 토론 거부시 무소속 출마까지 거론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한 전 총리 측은 일정 촉박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경선을 앞두고 TV 토론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궁색해 보인다.
그 사정도 모르지 않는다. 한 전 총리야 아직까지 출마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고, 이 상태에서 TV 토론을 하면 특히 정책분야에 대한 준비부족이 드러날 수도 있다. 또 역시 이계안 후보로부터의 여러 공격으로 상처를 입게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TV토론을 거부할 명분은 되지 못한다.
정당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에서 실질 경선이나 TV 토론은 결코 선택의 문제가 될 수 없다. 더욱이 오세훈 시장을 추격해야 하는 한 전 총리의 입장에서는 여러 부담이 따른다 하더라도 정면돌파를 하는 수밖에 없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오히려 당내에서의 예선과정을 통해 약점을 스스로 찾아내며 훈련하여 본선에 대비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오세훈 시장과의 본선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다. 서울시정의 정책에 관한한 갑자기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한 전 총리가 그와 경쟁하는 것은 처음부터 어려운 일이다. 한 전 총리는 그러한 것으로 직접 경쟁하기 보다는 보다 큰 틀 대의와 명분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한명숙 캠프의 명분없는 경선회피와 TV 토론거부는 한 전 총리의 자산조차 까먹을 수 있는 잘못된 선택이다.
이러다가 4년전 강금실 후보가 전략적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채 우왕좌왕하다가 겪었던 실패가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한명숙 캠프의 총체적 성찰과 분발을 주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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