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검찰은 이번 '스폰서' 사건을 내부 문화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고강도 검찰개혁을 주문한데 이어, 어제(8일) "사회 구석구석에 많은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라면서 "검찰과 경찰개혁도 큰 과제"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경찰까지 포함해서 검찰과 경찰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공수처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검찰비리 척결을 원하는 국민 여론을 고려할 때 여당에서 주도해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검찰의 자체 진상 조사가 미흡하면 특검을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잇따른 검찰개혁 언급들은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새로운 화두로 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스폰서 검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검찰비리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비등하자 이 대통령도 검찰개혁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이러한 검찰개혁 발언들을 들어도 반갑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공허함이 몰려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것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가장 핵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완전히 상실했고 급기야 정권의 저격수 역할을 하는 정치검찰이 되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이명박 정부의 검찰은 표적수사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의 길로 내몰았고, 한명숙 전 총리에게도 똑같은 방식으로 표적수사를 하다가 실패하고 말았다. 검찰은 그동안 MBC PD 수첩, 전교조. 전공노, 민주노동당 등 정권의 눈에 거슬리는 수많은 상대들을 향해 수사의 칼을 휘둘러왔다. 정치검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지만 검찰은 현재까지도 아무런 반성의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청와대가 든든한 배경으로 자리해왔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그리고 한명숙 전 총리를 향해 정권적 차원의 표적수사가 진행되어도 청와대는 이를 즐기는 듯 검찰을 방치해왔다. 그것이 청와대와의 조율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든, 아니면 검찰의 과잉충성의 결과였든간에 청와대는 그러한 표적수사들에 대한 최종적 책임을 져야할 위치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의 그 누구도 그러한 표적수사에 대해 사과한 적이 없다. 다른 시국관련 사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든든한 청와대의 지원방식이 어디 있겠는가. 검찰의 위신을 바닥까지 추락시킨 한명숙 전 총리 무죄선고가 나왔어도,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않고 지나가니 말이다.
이러고서는 이제 이 대통령이 나서서 검찰개혁을 강조한다.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 것일까. 물론 이 대통령이 말한 검찰비리도 중요한 개혁의 대상이다. 그러나 검찰비리의 문제는 검찰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한 단면일 뿐, 그것만으로 검찰개혁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정권에 예속되어 독립성을 상실한 정치검찰이 바로 잡히지 않고서는 설혹 스폰서 검사들 옷벗긴다 해도 진정한 검찰개혁은 요원한 일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검찰개혁은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이루는 결단과 함께 가야 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말하면서도 정작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지금의 정치검찰은 손대지않고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어떻게 국민 앞에서 검찰개혁을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대통령이 말하는 검찰개혁은 반의 반쪽 짜리 개혁일 뿐이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검찰개혁의 답이 왜 불합격짜리 답일 수밖에 없는지, 근본적인 자기성찰이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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