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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천안함 합조단 비밀유지각서의 이중잣대

오늘(6) 아침 <동아일보>는 ‘천안함 연돌서 어뢰 화약성분 찾았다’는 기사를 1면 톱으로 올렸다.

이 기사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규명하고 있는 민군 합동조사단은 폭발 당시의 충격으로 함체에서 떨어져 나간 연돌(연통)에서 어뢰의 화약 성분을 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천안함 내부와 침몰 해역에서 수거한 알루미늄 파편들 가운데 일부가 어뢰 파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과 미국은 이 어뢰 공격이 북한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이른바 ‘스모킹 건(smoking gun)’을 찾은 셈이다”라고 보도하고 있다.

만약 합조단이 어뢰 화약성분이라는 증거를 찾아 그같은 결론을 내렸다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는 소식이다. 그런데 <동아일보>의 이 단독보도는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동아일보>의 기사는 ‘합조단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작성되어 있다. 이 ‘합조단 관계자’는 5일 “천안함 침몰 때 떨어져 나갔던 연돌을 수거해 정밀 분석한 결과 화약 성분이 검출됐다”며 “이 화약 성분은 어뢰의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고 <동아일보>는 보도하고 있다. 그밖에도 이 ‘합조단 관계자’의 여러 얘기들이 기사 속에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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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재 국방부 대변인 Ⓒ 뉴시스

그런데 국방부는 이러한 <동아일보> 보도를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오늘 "발표할 내용 결론내린 것은 없다""아직까지 파악한 것으로는 화약성분이다 아니다 결론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원 대변인은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앞서간 보도"라며 "단장 입에서 그런 결론 내린 바 없다"고 밝혔다. 원 대변인은 또 "(동아일보가) 어떻게 취재했는지는 모르지만 이건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팩트의 문제"라며 "언론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얘기한다"고까지 말했다. 또한 민군합동조사단의 문병욱 준장도 "연돌의 화약성분이 있는지 없는지 시료를 채취해 분석중이지만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다""어떻게 기사가 그렇게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와 합조단은 <동아일보>의 보도는 강력히 부인했지만, 기사에 등장하는 ‘합조단 관계자’에 대한 조사는 언급하지 않았다. <동아일보>의 기사는 둘 중의 하나이다. <동아일보>가 ‘합조단 관계자’의 말을 거짓으로 인용하여 기사를 조작했든지, 아니면 실제로 ‘합조단 관계자’가 그런 말을 했든지. 그러나 국방부와 합조단은 그에 관한 조사를 하겠다는 말 같은 것은 꺼내지 않았다. 합조단에 참여하고 있는 조사위원들은 모두 비밀유지 각서를 쓴 것으로 알려져있다. 거기에는 비밀유지 의무를 어길 경우 처벌받는다는 내용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동아일보> 보도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보도의 진원지와 경위를 조사한다는 말은 없다.

합조단의 이같이 관대한 태도는, 그러나 매체와 사람이 달라지면 그 기준이 달라지는 듯하다.합동조사단에 몇 안되는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미디어오늘>과 최근에 인터뷰를 한 이후 군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지난 3<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조사단에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군 관계자가 '군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협박조로 이야기했다"면서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신 대표는 밝혔다.

그래도 신 대표는 비밀유지 각서를 썼기 때문에 조사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전반적인 조사과정의 문제점은 지적하고 있지만, <동아일보> 기사와 같은 구체적인 조사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동아일보>의 출처불명 보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고, 유독 신 대표의 인터뷰에 대해서는 경고성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셈이다. 조사단 활동의 비밀유지 의무에 대한 이중잣대이다.


어디 <동아일보> 보도만 문제였겠는가. 그동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을 중심으로 보도되어온 북한공격설에는 여러 차례 ‘합조단 관계자’가 등장했다. 만약 기사가 사실이라면 비밀유지 의무가 파기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이에 관해 합조단 측이 어떤 조사를 벌이거나 조치를 취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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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와 같은 대형 오보는 합조단이 천안함 사고원인을 특정한 방향으로 몰고가고 있다는 논란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합조단이 정작 엄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은 그같은 오보의 진원지이지, 투명한 조사를 촉구하는 민간위원이 아니다. 합조단이 특정한 방향의 말에는 관대하고 반대 방향에 대해서는 엄한 모습을 보인다면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동아일보>에 '화약성분 결론' 얘기를 꺼낸 합조단 관계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라.



<후기> 이 글을 발행하고 난 뒤 오후에 다른 기사가 나왔다. 정부의 한 관계자가 "천안함 선체에서 미량의 화약성분을 검출해 현재 정밀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 화약성분이 어뢰인지 여부는 이르면 금주 내에 판명될 것"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이다. 국방부 대변인의 오전 발표 내용을 뒤엎는 것인데, 도대체 뭐가 뭔지 국민들로서는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이 글이 제기한 이중잣대의 문제는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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