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나 보다. 이 대통령은 오늘(11일),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촛불시위에 대해 "이런 큰 파동은 우리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이 지적한 뒤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등 관련부처가 이와 관련한 공식보고서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2년전 촛불시위에 대한 반감도 이 대통령은 드러냈다. "촛불시위 2년이 지났는데 많은 억측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반성이 없으면 사회발전도 없다"라고 비판하고, "촛불시위는 법적 문제보다 사회적 책임의 문제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만들도록 애써달라"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런 말들을 접하면, 이명박 정부가 만들 ‘촛불 보고서’가 어떤 방향의 것일지 이미 짐작된다. 2008년의 촛불시위는 방송과 인터넷 등에서 유포된 근거없는 광우병 괴담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결국 그러한 주장들은 사실이 아님이 판명되었다. 근거없는 괴담으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유발하는 일이 다시는 있어서 안된다는 교훈을 우리는 얻었다. 대략 이런 내용이 되지 않겠는가.
그러면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들이 반성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말, 그리고 그러한 기조에서 만들어질 이명박 정부의 보고서는 과연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이 대통령은 어찌 이렇게 자신의 말조차 쉽게 뒤집는 것일까. 이 대통령은 촛불시위 당시 5월 대국민담화와 6월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뼈저린 반성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며 두 차례나 국민들에게 사과한 바 있다. 그 때 이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서 시민들의 <아침이슬> 노래를 들으며 자신도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저와 정부는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이 대통령의 이러한 사과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립 서비스였음은 그 이후 ‘촛불’에 대한 복수를 통해 드러난 바 있지만, 오늘 또 다시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나서는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몹시 불편하게 만든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이 대통령의 말대로 정말 당시 촛불 참여자들이 반성할 일인가를 따져보자.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대한민국 정부는 촛불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 촛불에 감사해야 한다. 2년전 촛불시위가 있었기에 한미간의 졸속협상이 재논의되었던 것이고, 30개월 이상 쇠고기, 30개월 미만의 SRM도 수입되지 않게된 것이다. 오늘 정부가 말하고 있는 ‘안전’은 촛불시위가 있었기에 그나마 가능한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도외시한채 촛불 참여자들에게 반성을 요구하는 것은 적반하장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지금도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은 긴장을 완전히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앞으로 수입조건의 변화에 따라서는 다시 이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으니 계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년전 ‘촛불’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뼈저리게 반성했다던 이 대통령은 이제는 반대로 ‘촛불’ 참여자들에게 반성하지 않는다고 나무라고 있다. 지금 진정으로 반성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졸속협상에 항의하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인가, 아니면 2년 만에 졸속협상의 책임을 다시 덮으려는 이명박 정부인가. 역사에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그런 식으로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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