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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 대통령 담화문에 ‘사과’는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24) 천안함 침몰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천안함 침몰을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도발'로 규정하고, 단호한 조처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는 북한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조치들이 망라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내용들은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것들이었다.

그런데 오늘 담화문에는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이 빠져버렸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가 그것이다. 아직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단정한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우리 정부의 책임이 면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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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시청하는 시민들 Ⓒ 권우성

합동조사단의 발표대로라면 최고의 감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한국군과 미군의 철통같은 감시망을 뚫고 북한 잠수함이 침투하여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아무도 모르게 순식간에 도주했다는 말이 된다. 더구나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진행중인 해역에서 말이다. 사실이라면 정부의 심각한 안보무능을 드러낸 사태로 군지휘부는 물론이고 군통수권자인 대통령까지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더구나 천안함 침몰 이후 청와대와 군당국이 보여주었던 허술한 대응과 말바꾸기는 진상을 둘러싼 의문을 내내 증폭시켰다. 합조단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그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은, 여러 갈래의 합리적 의심이 제기될 정도로 조사결과가 부실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마땅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담화문에서는 북한의 책임을 묻는 내용만 있을 뿐, 정부의 책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내용은 단 한 곳도 없다. 고작 “우리 군도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는 대목이 하나 있었지만, 이는 사과도 아니요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도 아니다. 단지 군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의미이다.

돌아보면 46명의 장병들이 희생된 천안함 침몰 이후 정부나 군의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조사결과 발표도 나왔고, 지금쯤이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군수뇌부나 정부 책임자들이 줄을 잇는 것이 상식이겠지만, 그런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군통수권자인 이 대통령부터가 국민 앞에 책임을 통감하는 말을 꺼낸 바가 없다. 모두가 개선장군의 모습으로 너무도 당당하게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이다.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되었고, 그것을 알아내는데 한달 반이 넘는 시간이 걸렸는데도 끝까지 당당한 것이 정부의 모습이다. 과연 이들의 사전에 ‘책임’이라는 말은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

오늘 이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북한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하고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즉각 처벌해야 한다""이것은 북한이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기본적 책무"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을 들으며 이런 말을 되뇌였다.

”정부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이번 사건 관련자들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 이것은 정부가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기본적 책무이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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