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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천안함 북한 검열단 수용못할 이유는

북한이 이번 주말에 천안함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검열단을 파견하겠다는 전통문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 주말 검열단을 파견한다는 전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태영 국방장관은 21, "강도나 살인범이 현장을 검열하겠다는 의도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이를 거부했다.

사실 북한의 검열단 파견이 성사될 경우 천안함 사태는 중대한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우리측 합동조사단은 인양한 어뢰 추진기 등의 부품을 ‘결정적 증거’로 제시하였지만, 북측은 이를 날조극이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인양된 어뢰 추진기가 북한의 어뢰발사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적지않은 논란이 따르고 있는 상태이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250kg급의 중어뢰가 폭발했는데 정작 그 어뢰 추진체 등이 어떻게 그렇게 원형 그대로 보존될 수 있느냐, 손으로 쓴 ‘1번’ 매직 글씨가 어떻게 그렇게 선명하게 남아있을 수있느냐 등에 대한 구구한 억측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측의 검열단이 파견되고 남북이 함께 ‘결정적 증거’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하는 기회를 갖는다면 논란과 의문을 진정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되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과정은 우리 정부의 조사결과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물론 정부나 군의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현장과 증거를 ‘검열’하겠다는 것이 몹시 불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그러한 감정적 불편함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본질적 문제는 우리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 진실이라는 것을 국민과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검증받아 신뢰를 부여받는 일이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 우리 정부의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정부는 그 기회를 닫아버렸다. 그렇게 되면 억측은 꼬리를 물게 되어있다. 조사결과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 북측이 손으로 쓴 ‘1번’ 글씨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언급할 것 같아 그들을 피하는 것 아니냐는 억측으로 연결될 것을 벌써부터 여러 언론들이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조사결과에 자신이 있다면 북한의 검열단 파견을 거부할 이유가 없어보인다. ‘검열’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않으면 ‘조사단’ 혹은 ‘확인단’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서 오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 이 마당에 명칭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북측의 통보가 없었다 하더라도 먼저 북측을 향해 ‘한번 와서 당신들 눈으로 직접 봐라, 이러고도 할 말이 있는가’라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나갔어야 했다. 그것이 날조라고 주장하고 있는 북측을 향한 당당한 요구였을 것이고, 일각에 자리하고 있는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자신있는 태도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겠다는 북측의 검열단조차도 거부해버렸다. 남북이 함께 과학적인 검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시켜 버린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결론에 대한 신뢰를 정부 스스로 훼손시키는 상황이 우려된다. 천안함 침몰의 조사결과가 지금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는다면 후일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는 지금 말끔하고 완벽하게 결론내리고 가야 한다. 그것을 위해 정부는 아무리 마음에 안들어도 북한의 검열단을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것이야말로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해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합리적 의심들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소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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