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김제동 출마설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발단은 어제(24일) 저녁 <국민일보> 인터넷판 기사. 서울 은평을 보궐선거를 다룬 기사 가운데 “민주당 주변에서는 진보 성향의 조국 서울법대 교수, 신경민 MBC 기자에 이어 방송인 김제동씨 공천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씨의 경우 당 인사 일부가 이미 접촉했으나, 일단 출마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내용. 이 보도에 따라 인터넷에서는 갑자기 ‘김제동 출마설’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기사의 내용은 아무런 근거없이 만들어진 것임이 드러났다. 김제동의 소속사인 다음기획은 오늘 아침 보도자료를 통해 김제동의 보궐선거 출마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다음기획은 "민주당 일각에서 어떤 논의가 오고 갔는지 알 수 없지만 민주당 인사가 김제동 본인은 물론 소속사 측과 은평을 보궐선거와 관련하여 논의를 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밝혔다. 또 "김제동은 출마 의사도 없으며, 정치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다"며 "기사화하기 전에 적어도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문제의 기사에 대해 항의했다.
전반적인 상황을 놓고 볼 때 ‘김제동 출마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서 자기들끼리 얘기하는 아이디어 수준에서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제의를 할 정도로 논의된 바 있다는 이야기는 필자도 들은 바가 없다. 무엇보다 방송을 비롯해 자기 분야의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김제동이 지금 선거출마를 고려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기에, 그 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
다음기획의 설명대로 민주당 인사와 김제동 측 사이에 출마논의를 위한 단 한 차례의 접촉조차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김제동으로서는 봉변을 당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지 않아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행사의 사회를 보았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김제동이다. 이런 마당에 김제동의 ‘야당 후보’ 출마설을 아무 근거없이 흘리는 것은 그를 다시 한번 죽이는 일이다. 결국 말도 안되는 이유로 김제동을 퇴출시킨 이들에게 “그것 봐라”는 명분을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김제동을 조금이라도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이제 그를 편하게 놔두기 바란다. 그에게 어처구니없는 ‘좌파’딱지를 붙여 방송에도 못나오게 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정치적 계산에 따라 그를 정치와 묶으려는 사람들도 그같은 행동을 삼가해야 한다. 김제동의 이름이 정치권 안팎에 오르내릴수록 김제동은 자신의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근거없는 출마설까지 난무하게 되면 우리는 그를 방송에서 계속 볼 수 없게될 지도 모른다.
물론 김제동이라고 장차 정치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그러한 길이 본인의 생각이 아니라면 그 뜻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다음기획은 “김제동은 웃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웃음에는 좌도 없고, 우도 없다'는 확고한 직업의식을 가진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김제동이 우리 사회에서 좌우를 넘어 질높은 웃음을 줄 수 있도록 그를 제발 놔두자. 그것이 그를 위한 길이고, 우리 사회가 ‘개념있는 웃음’을 계속 함께 누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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