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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NLL 대화록, 다시 정국의 뇌관이 되다

여야의 NLL 대화록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국정원이 보관했던 대화록의 공개 이후 격렬하게 전개되었던 여야 공방은 국가기록원에 보관중인 대화록 원본 열람을 통해 종지부를 찍자는데 여야가 의견을 같이했다. 물론 열람을 한다 해도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에 해석의 차이가 존재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과연 논란의 일단락이 가능할지 회의적이었지만, 그래도 NLL 대화록 논란에 대한 정치권의 출구전략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상황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논란거리가 부상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여야 열람위원들은 두 차례에 걸쳐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검색을 실시했지만 아직까지 원문을 찾아내지 못했다. 어째서 원문이 찾아지지 않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들이 등장하고 있다. 현재 추론되고 있는 가능성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기록원에 보관되어 있기는 한데, 기술적인 문제로 검색을 통해 찾지못하고 있을 가능성. 노무현 정부 말기에 청와대에 있었던 인사들은 "이명박 정부든 노무현 정부든 '이지원'이라는 업무관리시스템에 한 번 담겨진 기록물은 폐기하기가 불가능하다면서 대화록 원본은 100% 국가기록원에 넘어갔다고 단언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기록원에 보관되어 있다 해도 파일이나 문서의 제목이 검색어와는 다르게 정해져서 넘어갔다면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경우라면 국가기록원에서 대통령기록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분류.보관되었는지에 대한 기술적인 파악까지 되어야 결론이 내려질 수 있기에, 큰 정치적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확인이 될 때까지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둘째,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가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았을 경우. 주로 새누리당 측와 보수언론들의 시선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만에 하나 대화록이 끝내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친노 전체가 역사 왜곡과 자료 폐기에 대한 역사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노무현 정부에 의한 대화록 파기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이 경우라 해도 파기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넘기지 않았을 경우, 착오로 누락되었을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이지원 시스템을 통해 통째로 넘겼기에 대화록만 안넘겼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당시 청와대 근무 인사들은 말한다. 현재로서는 정치적 공세 차원의 의심의 성격이 짙어보인다 

셋째, 이명박 정부가 파기했을 경우. 국정원 보관 대화록과의 진위비교가 불가능하도록 이명박 정부가 파기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가능하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만약 기록물이 없는 게 확인되면 민간인 사찰 은폐나 국정원 댓글 폐기·조작 경험에 비춰 삭제·은폐 전과가 있는 전임 이명박 정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명박 정부를 겨냥했다. 물론 새누리당 측이 노무현 정부에 의한 파기설을 흘리는데 대한 대응의 성격이 강하지만, 두 당 사이의 파기책임 공방을 예고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가기록원은 일단 기록원에 넘어온 기록물이 그 이후 파기.훼손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현재로서는 미스터리이다. 위의 세 가지 가운데 어느 경우라고 예단하기 어렵다. 정치권과 언론의 앞서가는 정치적 추측과는 달리 기술적 문제로 인해 찾지못하고 있는 상황의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그렇게 되면 정치권이 다시 한번 소모적인 NLL 대화록 공방에 빠져들 것이 우려된다. 논란에 종지부를 찍자고 뚜껑을 열었더니 새로운 논란거리, 그것도 파괴력이 큰 논란거리가 추가되어 버렸다. 누가 파기했느니 안했느니, 또 여야 간에 책임공방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국가기록원에서의 불분명한 관리에 대한 책임공방도 예상된다 

문제는 이번 논란이 조기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앞의 세 가지 가운데 어느 경우라 해도 그것으로 단정할 근거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국가기록원에 보관중인 경우라 해도 그것을 찾아내기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대화록 원본을 조기에 찾아내지 못한다면 일단 민주당의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정부가 국가기록원에 넘겼음을 입증해야 하는 위치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그리고 문재인 의원이 이같은 NLL 대화록 정국의 판을 키우는데 왜 나섰는지, 여전히 이해가 안된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간신히 정상화되는가 했더니 다시 NLL판이 되어버렸다 

만약 대화록 원본을 찾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 이유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는다면 NLL 대화록 공방은 영구미제 사건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애당초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자고 국회가 의결한 것에서부터, 그같이 중요한 문서가 보관되어 있는지조차도 알 수 없는 상황, 여러 가지로 국가적 망신이다. 이 소모적인 공방전의 끝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