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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다섯살짜리 학교 보내면 애 많이 낳을까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교육시장에 맡겨진 만 5세 아이들을 공교육 체제에 흡수해서 유아교육비를 경감할 수 있도록하여 저출산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미래기획위로서야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한 방안을 내놓은 것 같은데, 하지만 우려되는 바가 적지않다.

우선 아이들을 만 5세의 어린 나이에 학교에 보내는 것이 교육적 측면에서 문제가 없겠느냐 하는 점이다. 아직은 놀이교육 등이 더 유용한 아이들을 학교교육의 틀로 묶어버리는 것은 교육적 측면에서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생활에 대한 걱정 때때문에 취학유예 아동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는 학부모들의 판단과 충돌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저출산 문제가 해결해야할 중대 과제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것을 위해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무리한 제도를 들이댈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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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획위원회 제6차 회의 Ⓒ 청와대

그리고 조기 취학이 과연 미래기획위 설명대로 사교육비를 줄이고 저출산을 막는 효과를 거두겠냐는 점이다. 만 5세 때 학교를 보내면 유치원비를 줄일 수 있고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초등학교 1학년들은 유치원과는 달리 4교시면 끝난다. 그러면 일찍 집에 오는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맞벌이 가정에서는 오후에 아이들을 돌볼 다른 방안을 찾기 위해 유치원비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야할지 모른다. 그리고 학교에 들어갔다고 해서 사교육비가 안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조기취학은 조기 사교육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학교에 일찍 들여보내면 보육비랑 사교육비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생활현장과 유리된 전망일 뿐이다.

설혹 아이 1년 일찍 학교에 들여보내고, 다른 보육비나 사교육비를 안들인다고 해도, 그것으로 저출산을 줄일 수 있다고 보는 것도 과장된 기대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 한명 키우는데 두고두고 요구되는 엄청난 비용을 생각하면 그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따라서 만 5세 조기취학은 현실적으로 기대되는 효과에 비해서는 비용과 부작용이 너무 큰 방안이다. 물론 교원수급, 학교시설 확충 같은 행정적인 문제들도 검토되어야 하겠지만, 우선 교육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도 조기취학 제안은 맣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미 참여정부 시절에도 검토되었다가 폐기되었던 안인데, 이번에 재탕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번에도 실제로 정책으로 채택이 될지는 불분명하다. 교총과 전교조 모두 반대하고 있고, 학부모들의 반응도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주무부처인 교과부도 회의적인 분위기였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검토 지시에 따라 마지못해 전담연구팀을 구성한 상태이다. 한마디로 아직 운명을 알 수 없는 덜 익은 정책이다.

그런데도 국민생활과 직결된 이같이 중요한 사안이 정부내의 충분한 검토과정없이 덜컥 언론에 대서특필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난번 사교육과의 전쟁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곽승준 위원장이 이끄는 미래기획위가 다른 부처들을 제치고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가의 미래와 관련된 중요 사안에 대해 정부가 이런 식으로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해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정책을 국민에게 던져서 혼란을 낳을 것이 아니라, 우선 정부내에서 치밀한 검토를 거쳐 안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세종시 수정 문제를 비롯해서 청와대나 정부가 던져만 놓고 정리가 되고 있지 못한 정책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도 ‘아마추어 정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자꾸 일단 벌려놓고 보는 정책 추진방식을 고쳐야 할 것이다. 만5세 조기 취학 제안도 ‘탁상정책’ 소리를 안들으려면 정부내에서 그 타당성에 대한 검토부터 다시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