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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명숙 서울시장 불출마의 아쉬움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1순위로 거명되었던 한명숙 전 총리가 불출마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장의위원장을 맡으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고, 그 후 여러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1위로 떠올랐다. 그래서 민주당에서는 한 전 총리의 출마에 큰 기대를 걸어왔다. 한때 그 자신도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결국 나서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이다. 한때 대안부재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출마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야권에서 출마하겠다는 사람들이 속속 생겨나자 직접 나서기보다는 좋은 후배들을 키우는 게 자신의 역할인 것 같다고 밝혔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자칫 야권이 한나라당 후보에 필적할만한 후보를 찾지 못한채 어려움을 겪을 것이 예상된다. 사실 한 전 총리가 출마할 경우, 물론 승부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해볼만한 대결이 생상되었다. <리서치뷰>가 지난 20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세훈 시장이 33.3%,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9.0%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내인 4.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후보단일화의 판도에 따라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의 승리를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카드’가 매력적인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통합형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최대 강점이다. 온화한 이미지와 모나지 않는 성품으로, 야권은 물론이고 여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특별한 비토층이 없는 편이다. 그리고 민주당과 친노진영의 지지를 함께 받을 수 있는 경우이기에 야권연대의 기운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진보정당들과의 연대문제는 또 다른 문제가 되겠지만, 적어도 민주당과 친노진영이 연대할 수 있는 후보임에 분명해 보인다. 아마도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지지층의 외연을 가장 넓힐 수 있는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는 차기 대선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대결에 대입해봐도 관심을 끌 수 있는 인물이다. 같은 여성 후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살아온 길이 박 전 대표와 상징적인 대비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어느 면에서나 박 전 대표에게 떨어질 이유는 없다.

그래서일까. 노무현 전 대통령도 생전에 대통령 후보감에 대해 "나보고 마음대로 지명하라고 그러면 한명숙씨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자기 소신에 관해서는 강단이 있지만 사람이 느낌이 부드럽다는, 자신은 갖지못한 탁월한 장점을 갖고 있다면서 말이다.

다만 한가지, 한 전 총리에게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권력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다른 여러 조건이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에 대한 의지이다. 그것이 있어야 팔을 걷어붙이고 눈에 불을 켜면서 자신이 승리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역대 우리 정치에서 큰 권력을 잡았던 사람들은 대부분 불타는 권력의지를 가졌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대안이 없으면 나라도 할 수 있지만,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면 굳이 내가 할 필요는 없다. 뭐, 그런 분위기이다. 그래가지고는 세력이 만들어지지도 않고 승리하기도 어렵다.

평소같으면 권력에 욕심을 내지않는 겸양의 미덕을 칭송했을 것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내년 지방선거, 특히 서울시장 선거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중대한 선거에서 한 전 총리의 불출마 입장이 야권 전체의 전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에 대한 우려가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야권의 다른 인물들이 앞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내가 하겠다는 사람들 제치고 굳이 소극적인 사람이 나설 이유는 없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그때도 뒤에서 지켜만 보는 것은 지금의 시국에 어울리지 않은 모습이 될 것이다.

한 전 총리 개인의 판단은 물론 존중되어야 하지만, 만약 그가 꼭 필요한 상황이 될 경우 불출마 결심을 고집할 일은 아닌 듯하다. 한 전 총리의 불출마 소식은 여러 가지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