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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필리핀 가서 뱅기나 타겠다’는 진중권에게

진중권이 자신의 블로그에 6.2 지방선거에 대한 소감을 적은 글을 올렸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런데 몹시 거북했다.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어떤 생각을 담든 다른 사람이 왈가왈부할 바는 아니지만, 6.2 선거에서 거둔 민심의 승리에 재를 뿌리는 것 같아 불편했다. 6.2 선거 결과에 대해 냉소와 허무의 언어들을 쏟아내는 그의 글에 대한 반박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나 또한 나의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진보는 뭘 먹고 사느냐?"는 질문에 대해 진중권은 “테이블 밑에서 민주당이 흘리는 음씩 찌꺼끼 먹으며 살아야지요”라고 답한다. “진보 한 마리 키우는 데에 뭔 돈이 들겠어요?”라고 반문하며 “민주노동당은 영혼을 홀딱 빼주고 얻은 구청장 자리에 크게 만족하는 것 같고, 국민참여당이야 어차피 민주당 분점이니 좀 내줘도 내부자 거래고... 진보신당처럼 찌꺼기 안 받아먹겠다고 하면 부찌꺵이로 줘패면 되고...”라는 진중권의 말에는 6.2 선거에서 민주당과 연대한 다른 야당들에 대한 경멸이 가득차있다. 그리고 야권연대에 소극적이었던 진보신당을 향한 비판에 대한 반감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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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소연

“이른바 '진보대연합'을 하면 뭐가 달라질 거라구요? 그건  민주당 애들을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라고 단언하는 진중권은 “‘민주당 만세!’ 외치는 사이에 자기는 비정규직이 되고, 자기 자식은 알바가 되고, 자기 가게는 대형마트에 밀려 나고..”말 것을 경고한다. 진중권의 비판은
“입으론 진보를 지지한다며 손으론 민주당 찍는 분열증이 졸지에  '시대를 위한 결단'으로 칭송 받는 그 개그도, 자꾸 반복되니 이젠 우습지도 않더이다”라며 야권연대에 따라 민주당 후보를 찍은 사람들을 향한다.

그렇다고 그가 진보신당 내부의 모습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나가기 싫어 하는 사람, 억지로 내 보내놓고 중도에 사퇴했다고 '출당'이니 '제명'이니 외치는 그 서슬퍼런 목소리들도 무섭고... 어떤 놈은 심상정이 사퇴했다고 탈당하고, 어떤 놈은 노회찬이 완주했다고 탈당하고, 탈당하는 이유도 참 다양합디다...”

마침내 진중권은 “어차피 인생은 무상하고, 삶은 회의예요”라며 “mb에게 잘리고, 반mb에게 매맞다가 지친 나는, 심상정 없는 선거에 차마 무효표를 던지지 못하고 유시민이나 찍어줬던, 이 호남향우회만도 못한  정치의식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다시  필리핀 가서 뱅기나 탈까 봐요. 거기서 교관으로 취직시켜 준답디다”라며 글을 맺는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진중권은 진보신당의 당원이기에 그의 야유와 항변은 그러려니 하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진중권의 글을 읽고 난 느낌은 솔직히 말하자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고 승리를 거둔 6.2 선거의 소중한 성과가 모욕당한 느낌이었다. 거센 북풍이 불어닥친 가운데 그 얼마나 어렵게 거둔 승리였던가. 거대 언론들의 정보차단과 여론오도 속에서도 유권자들은 북풍마저도 심판하는 현명한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그 소중한 결단이 결국 민주당 혹은 그와 손잡은 다른 야당 후보를 찍었다는 이유로 그렇게 모욕당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6.2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은 결코 민주당이 잘해서 야권연대에 힘을 실어준 것이 아니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정부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야권연대가 반드시 성사되어야 한다는 절박함을 공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민주노동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일정 부분 훼손당하면서까지 민주당과 적극적으로 연대했던 것도 그러한 대의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버린 민주노동당의 그같은 헌신성은 대중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무리 정치적 노선이 다르다 해도, 민주노동당이 이번에 보여준 헌신성에 대해 저주섞인 야유를 보내는 것은 옳지 못하다.

무엇보다 지금은 진중권같이 지명도 높은 사람이 “어차피 인생은 무상하고, 삶은 회의예요”라며 김을 빼고 있을 때도 아니고, “다시  필리핀 가서 뱅기나 탈까 봐요”라고 공개적인 넋두리를 하고 있을 때도 아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2012년에 한국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차대한 과제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을 한다는 사람들이 인생무상을 논하고 ‘뱅기’를 타는 것은 그 과업을 이룬 뒤에 해도 늦지않다. 우리를 인정해주지 않았으니 어디 잘되나 보자는 악담처럼 들린다.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 함께 손잡은 다른 야당들을 야유하기 보다는 먼저 자신들을 성찰하는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


* 진중권의 글 전문 "진보는 뭘 먹고 사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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