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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 대통령의 연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라디오연설을 통해 국민 앞에서 처음으로 입을 연 이 대통령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당당하기만 했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도, “앞으로도 국민들이 원하는 변화의 목소리를 더 귀담아듣도록 하겠다‘는 말도, 의례적이고 공허하게 들릴 뿐이었다.

왜 이렇게 인색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을까.

첫째, 국민들 앞에서 그동안의 국정운영에 대한 아무런 반성의 말이 없었다. 6.2 지방선거에서 민심이 집권여당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다면, 대통령으로서는 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이제까지의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을 먼저 하는 것이 순서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립 서비스’만 할 뿐, 그렇다면 뒤따랐어야 할 대국민 반성문을 끝내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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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라디오연설 화면Ⓒ 청와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민주주의 후퇴, 대결적 대북정책, 정치검찰의 조장, 방송장악 정책...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잘못했다는 말이 없었다. 심지어 천안함 침몰 파문에 대해서도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의식한다는 아무런 말조차 없었다. 오늘 이 대통령의 연설이 처음부터 잘못된 이유이다.

둘째, 놀랍게도 자화자찬식의 국정평가가 여전히 계속되었다. 이 대통령은 “역사의 큰 흐름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바른 길로 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선진화를 향해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뚜렷이 높아졌다”, “세계가 위기를 극복한 한국의 사례를 모범적으로 보는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니다”라고 자평했다.  오늘 연설의 절반 가량이 이런 식의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것은 정말 놀라운 장면이다.

이 대통령이 내놓은 자화자찬의 평가들을 굳이 전적으로 부정할 이유는 없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이런 얘기를 늘어놓을 자리는 아니었다. 수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와 남북대결 정책으로 인해 우리 역사가 크게 후퇴하였다고 비판하고 있는 마당에, 그리고 그 민심이 선거를 통해 분출한 이 때에, “역사의 큰 흐름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너무도 태연해 보인다.

셋째, 국정현안들에 대해서도 달라진 모습이 보이지를 않는다. 이 대통령은 “후반기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큰 틀의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지만 모호하기만 하다. “  정책의 우선순위도 재점검하겠다. 청와대와 내각의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그에 맞는 진용도 갖추겠다. 당정 및 국회와의 관계를 원만하고 생산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겠다”는 말을 듣다 보면 문제의 핵심을 의식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국정기조의 대전환이고 이를 위한 이 대통령의 변화이다. 다른 것을 다 바꾸어도 이 대통령이 변화하지 않으면 국정쇄신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부차적인 문제들만 그것도 모호하게 열거했을 뿐, 정작 자신이 어떻게 변화하겠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오늘 연설에도 불구하고 막상 국정쇄신은 없을 것이고,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드는 이유이다.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국회가 표결로 내린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대통령의 시혜가 아니다. 국회가 수정법안을 부결시키면 원래 존중해야 하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자신의 확신을 강조하며 “정책적 사안이 정치적 사안이 되어 국론 분열이 극심해지는 경우”로 꼽은 것도 예전의 모습 그대로이다. “4대강 살리기는 생명 살리기 사업”이라며 ‘대한민국 발전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말도 그대로이다.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대해 숱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천안함 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것은 모두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안보만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라며, 그러한 의문 제기들을 ‘정쟁’으로 매도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서 “선거는 졌을 때 더 큰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남의 탓을 하기 전에 `내 탓'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이 대통령 자신의 ‘내 탓’은 거의 들리지 않는 연설이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고 희망적이다. 세계가 우리를 그렇게 보듯이, 대한민국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라고 외치는 이 대통령의 말은 생뚱맞게 느껴지기조차 했다. 그가 살고 있는 세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왜 이렇게 거리가 먼 것일까.

그래서 “이번 주 국민 여러분과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며 우리 대표팀을 응원할 것이다. 또 한 번의 승전보와 함께 유쾌한 한 주가 되길 바란다”는 이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우리는 한주를 유쾌하게 시작하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6.2선거에서 분출한 성난 민심을 보았으면서도 이렇게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면, 이제 이 대통령에게 기대할 바는 아무 것도 없다는 비관적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 날씨만큼이나 우리의 마음은 어두워진다. 어쩌겠는가. 국정쇄신의 요구에 끝내 응하지 않는다면 그 때는 국민들이 또 한번의 심판을 결심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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