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끝난지 이제 열흘이 지났다. 성난 민심은 집권여당에게 심판을 내렸고 한나라당에서는 초선의원들의 쇄신 반란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명박 대통령의 침묵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여당의 패배로 끝난 이번 선거결과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일치된 견해이고, 각종 여론조사결과들도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당의 선거 패배를 낳은 최고 책임자인 이 대통령은 진작에 선거결과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선거 결과에 대해 이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다. 벌써 열흘째이다.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받아들여 새롭게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같은 선거결과를 낳은 민심을 받아들일 수 없어 하던대로 그냥 하겠다는 것인지 속내를 알 길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침묵이 국정쇄신의 내용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쇄신 요구에 대한 불편함 때문이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만에 하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국민에게도, 그리고 이 대통령 자신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지금 이 대통령에게는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받아들이고 국정기조의 대전환을 결심하는 것 이외의 다른 출구가 없어보인다. 혹여라도 청와대에 여기서 물러서면 끝이라는 강경론이 득세하여 버티기로 간다면 이명박 정부는 머지않아 정말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긴 침묵이 이상해 보인다. 세종시 수정이나 4대강 사업같은 정책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안되었다고 치자. 그러면 국민들도 그런 현안들에 대해서는 더 고민하고 판단할 시간의 여유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선거 결과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말조차 꺼내지 않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 말은 꼭 한꺼번에 모아서 해야 하는 것인가. 선거 바로 다음 날이라도 이 대통령은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통감한다, 민심을 받아들여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는 것 아니었나. 국민 앞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고개 숙이는 것이 그렇게도 하기 싫은 일인가.
그러다보니 이 대통령이 국정쇄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시간끌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제 시작되는 월드컵 열기 속에서 국정쇄신 요구가 유야무야되기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서서 선거 결과에 대해, 자신의 책임에 대해, 그리고 쇄신하겠다는 다짐에 대해 말할 때가 되었다. 더 이상 시간만 끌고 있는 것은 민심을 피해가려는 모습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가 이제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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