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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21년만의 화생방 대피훈련을 보는 마음

오늘(15일) 전국에서 화생방 대피훈련이 실시된다. 오후 2시에 공습경보가 울리면 주민들은 유도요원의 안내에 따라 20분 동안 지하철역 등 건물 지하로 대피하고, 운행 중인 차량은 도로 오른쪽에 정차해야 한다.

또 소방방재청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지하 2층에 북한의 화생방 공격을 가상해 연막탄을 터뜨린 뒤 청사 직원들을 대피시키는 모의 훈련도 실시한다. 특히 다중이용시설에서의 화생방 테러에 대비해 서울 지하철 대림역과 이태원역, 고속터미널역에서는 독가스 대피훈련도 병행 실시한다.

각 라디오방송은 동시에 실황중계를 하고 TV는 자막방송을 내보낸다. 전국적으로 국민 대다수가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대피훈련을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21년만의 일이다. 오늘 실시되는 전국 단위의 화생방 대피 훈련은 1989년 민방위의 날 훈련 시간이 줄어들면서 중단되었던 것인데, 다시 실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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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알 수 있듯이,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민방위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훈련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소방방채청이 작성한 훈련계획을 보면 “천안함 사태 관련 민방위태세 점검 및 민방위 역량 강화를 위한 민방공 특별대피훈련 실시”라고 추진배경이 설명되어 있다.

21년 만에 부활된 화생방 대피훈련을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고 뒤숭숭하기만 하다. 지난 21년 동안 그래도 이런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훈련을 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었는데, 이제 그 평화가 깨지고 있는 상징적인 장면만 같아 그렇다.

주지하듯이, 정부는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북한에 대한 다각적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날조임을 주장하는 북한의 강력한 반발 속에서 남북 간에는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움직임에 대해 북한 군은 ‘서울 불바다’ 발언까지 하며 경고를 하고 나섰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화생방 대피훈련을 한다고 하니, 국민의 안전을 챙겨주어 마음 든든하다고 해야할까. 당연히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런 대피훈련이 필요없는 평화로운 남북관계이지, 남북관계를 악화시킬대로 악화시켜놓고 국민에게 대피하라고 통제하는 모습이 아니다. 정부는 최근 남북간 대치의 책임이 북한에게 있다고 하겠지만,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한 정부의 결론조차 아직 여러 의문제기 속에서 검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국민이 전쟁위험을 얼마나 우려하고 있는지는 이미 6.2 지방선거를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다. 그런 국민들에게 오늘의 대피훈련은 또 한번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란한 과정일 뿐이다.

북한의 화생방 공격에 대비한 화생방 대피훈련이 부활된 오늘은 마침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2년 수개월만에 6.15 선언의 정신은 심각하게 훼손당했고, 남북간에는 군사적 충돌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6.15 선언 10주년 날, 그것을 기념하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대피훈련을 하고 있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참담하다. 오늘 대피훈련을 하는 우리의 시계는 21년 전으로 돌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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