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기사 검색을 하다가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정부 고위당국자의 말이었습니다.
이 당국자는 "친북성향의 젊은이들이 전쟁이냐 평화냐고 해서 한나라당을 찍으면 전쟁이고 민주당을 찍으면 평화라고 해서 다 넘어가고..."라며 "이런 정신상태로는 나라가 유지되지 못한다.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아야지"라고 비판했다고 기사들은 전했습니다. "왜 민주주의의 좋은 것은 다 누리면서 북한을 옹호하고 그러느냐"며 이같이 말했다는 것입니다.
술자리에서 취해서 한 말도 아니고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한 말이었습니다.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은 젊은 세대에게 북한으로 가서 김정일 밑에서 살라는, 가장 천박한 유형의 색깔론이었습니다. 선거에서 야당을 찍으면 친북이고, 그런 사람들은 북한에 가서 살라니...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 유성호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대한민국의 ‘정부 고위당국자’였다니 정말 놀랍고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이 당국자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었음은 오늘 아침에 확인되었습니다.
돌아보니 유 장관의 망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4월에도 국회에서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야당 의원을 향해 “여기 왜 들어왔어, 미친놈”이라고 욕설을 했다가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놓고 다투는 여야 의원들을 보고 “이거 기본적으로 다 없애버려야 해”라고 국회를 부정하는 발언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유 장관의 망언은 결코 실수가 아닌, 그의 잘못된 사고의 결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길을 막고 물어봅시다. 지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대북 강경조치들을 잇따라 꺼내놓아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조성되었던 것 사실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전쟁위험을 막고자 야당을 찍었던 젊은층이 늘어났던 것인데. 그러한 정치적 선택을 친북으로 매도하며 북한에 가서살라는 극언을 퍼붓다니, 이런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장관 자리에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어떻게 이 나라가 ‘야당 찍으면 북한 가서 살라’는 식의 말을 들을 지경이 되었던 말입니까.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유 장관은 망언의 책임을 지고 즉각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그런데 유 장관은 임박한 개각에서 유임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구합니다. 야당을 찍었다는 이유로 젊은 세대를 친북으로 매도한 유 장관을 즉각 해임하십시오. 그런 저급한 생각과 망언을 국민 앞에 꺼내놓는 인물이 장관 자리에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입니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유 장관은 이번 망언을 하면서 "나라로서의 체신과 위신, 격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게 됩니다. 나라로서의 체신과 위신, 격을 위해 그런 장관 당장 물러나야 합니다. 그의 말처럼 이런 정신상태로는 나라가 유지되지 못합니다. 그런 장관 계속 껴안고 가겠다면, 그 때는 우리가 직접 나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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