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론, 중통합-선거연대로 선회해야

야권통합 논의의 기류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논의되어왔던 야권의 ‘대통합’은 어려워지고 ‘중통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그리고 혁신과 통합은 야권대통합을 호소하고 추진하고 있지만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통합연대는 이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진보통합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야권통합은 현실적으로 민주당, 혁신과 통합을 양축으로 하는 ‘중통합’으로 모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사실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 명령, 민주당 지도부, 혁신과 통합 등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 단일정당을 결성하는 야권대통합을 모색해왔다. 양대 선거를 앞두고 연대보다는 통합이 파괴력이 클 것이라는 판단 위에서였다. 그래서 진보정당들까지도 야권통합에 참여하여 그 안에서 정파간의 경쟁을 벌이면 된다는 구상까지 내놓았다. 

야권대통합을 제안하는 손학규 대표 (사진=남소연)

물론 연대보다는 통합이 선거에서 더 효과가 클 것이라는 예상은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야권단일정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 미칠 효과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같은 진보정당들을 거기에 참여시키는 일은 애당초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내년의 양대 선거가 중요하다해도 오랜 세월에 걸친 고생과 노력의 결과로 오늘에 이른 진보정당들에게 오직 선거를 위해 당 간판을 내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은 무리였다. 단일정당 내에서 세력간의 자유로운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하자고는 하지만, 막상 진보세력으로서는 어려움이 따르는 선택이다.  

또한 정당정치의 바람직한 발전의 견지에서 보았을 떄 진보정당의 독자적 존속이 갖는 의미를 간과할 수 없다. 다원화된 사회적 환경을 감안할 때, 우리 정당구도 또한 다원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다시 야당을 하나로 만드는 것은 사실 사회적 흐름과는 상충되는 일이다. 

내년 양대 선거에서 야권대통합이 가져올 수 있는 효과를 모르는 바는 아니라, 야권대통합은 명분과 현실 면에서 성사되기 어려운 성질의 일로 판단된다.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통합연대의 진보통합에 따라 이는 현실로 드러났다. 

이제는 진보정당의 대통합 참여여부에 대한 소모적 논의를 계속하면서 시간을 끄느니, 진보정당세력이 빠진 상태에서도 통합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연대의 방식을 논의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지혜로울 것이다. 다만 국민참여당의 경우 사실은 정책과 노선 면에서 민주노동당보다는 민주당과 거리가 가까움에도 진보통합 쪽으로 몸을 싣게된 것은 민주당-국민참여당 간의 불신의 결과로 해석되어 유감스러운 장면이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공히 감정을 넘어서는 포옹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야권의 대통합이 무산되고 두 덩어리의 중통합으로 간다고 해서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물론 야권단일정당의 효과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최종적으로 여야 1대1의 대결구도를 차질없이 만들어내는 일이다. 거기에 각 세력이 자기이익에 집착하여 지나치게 줄다리기 하거나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금물이다. 민주당-혁신과 통합 사이의 야권통합이 이루어지고 진보통합이 이루어지는대로 야권 전체의 후보단일화를 위한 정치적 담판과 결단이 야권지도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야권통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일단은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해체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헤쳐모여식의 야권통합이 될 때 민주당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통합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견지에서 민주당이 12월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선출하고 당체제를 굳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자칫 민주당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흐름으로 연결될 위험이 크다.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먼저 하고 다음에 야권통합을 하자는 주장에는 민주당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계산이 깔려있음을 경계하게 된다. 민주당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수호 움직임은 야권통합은 물론이고, 야권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에 장애요인이 될 위험이 큰 바, 이는 야권지지층의 여론을 통해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는 야권통합 논의가 2개의 중통합, 그에 이은 야권연대 속의 후보단일화 논의로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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