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 경찰은 이 사건을 최구식 의원 전 비서 공 모 씨에 의한 우발적 단독범행으로 결론내리고 검찰에 송치했지만, 그 후 새로운 중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김 모 씨가 디도스 공격 엿새 전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공 씨에게 1천만원을, 공격 보름 뒤에는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IT업체 대표 강 모 씨에게 9천만 원을 송금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더구나 경찰이 이 사실을 알고서도 개인적인 금전거래일 뿐이라며 수사결과 발표에서 누락시킨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고의적인 은폐라는 지적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최구식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고, 국회의장실로부터로 자료들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겨받았다. 경찰의 디도스 공격 수사결과 발표 (사진+유성호)
이제 검찰수사는 1억원의 돈이 범행의 댓가로 건네진 돈인지를 밝히는 것과 아울러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 즉 범행의 배후가 누구인가를 가리는데 초점이 맞추어지게 되었다. 뒤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다. 경찰이 범행관련자들 사이에서의 금전거래를 개인 간의 금전거래로 자의적으로 규정한 것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고, 특히 공 씨 범행과 관련 가능성이 있는 최구식 의원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은 채 공 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내린 것은 짜맞추기 수사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의 축소수사에도 불구하고 1억원 거래의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사건수사는 핵심을 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우선 범행을 전후하여 1억원의 돈이 강 씨에게 건네진 사실을 보면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경찰의 결론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한 월급이 2백만원 정도에 불과할 김 씨가 어떻게 1억원의 돈을 강 씨에게 건네줄 수 있었느냐는 점은 배후의 존재가능성을 결정적으로 높여주는 대목이다. 경찰이 내린 ‘우발적 단독범행’이라는 결론은 무너지게 되었고, 이제 배후세력을 밝히는 일이 수사의 과제가 되었다. 조현오 경찰청장도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상황에서 사건의 주범 공씨의 우발적 단독범행으로 결론 내릴 근거도 부족하다”며 수사팀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반박하여 눈길을 끌었다.
이미 검찰은 김 씨를 소환해서 조사하였고 최구식 의원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원점 재수사를 공언한 검찰로서도 일단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파헤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이 사건이 이명박 정부 임기말에 터져나온 최대의 정치적 사건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동안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검찰로서는 임기말과 정권교체기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을 것이며, 검찰이 살기 위해서라도 여권 내부의 범행을 덮고가려 하지는 않을 듯하다. 둘째,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조정 문제와 관련하여 이 사건 수사는 여론을 검찰에게 유리하게 돌릴 수 있는 호재이다. ‘검찰이 수사를 하니 경찰과는 다르더라’라는 여론의 반응이 생겨난다면 수사권조정 문제도 검찰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 따라서 검찰도 이 사건 수사만큼은 적극적으로 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검찰수사가 한나라당을 정면으로 조준할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할 상황이다. 이제 이 사건 수사의 핵심은 여권내 범행의 커넥션, 그리고 범행의 배후를 밝혀내는 일이 되었다. 일단은 여권 내 비서진들간의 횡적인 연루나 인지는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이제 이를 넘어 최구식 의원이 범행에 연루되었는지, 한나라당 서울시장선거 선대위 차원의 연루는 없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는 1억원의 출처를 파헤치면 그리 어렵지않게 밝혀낼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나라당을 결코 피해가지 않겠다는 검찰의 수사태도가 요구된다.
이미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가 경찰조직에 어떠한 타격을 초래했는지를 검찰도 잘 보고 있을 것이다. 임기말에 터져나오는 정치적 사건들은 은폐 자체가 대단히 어렵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검찰수사를 통해서도 배후세력의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상은 가려지게 될 것이다. 일단은 검찰수사에 의해 디도스 공격의 배후세력이 파헤져지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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