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기자들’이라는 이름의 KBS 기자협회 블로그가 있다. 최근 김인규 사장의 과거 행태와 관련된 연속 특종을 낸 곳이다. 김인규 사장이 과거에 기자로 있으면서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에 했던 리포트를 발굴해서 공개했는데, 그 내용이 정말 낯뜨거울 지경이었다.
광주를 피로 물들이며 정권을 찬탈했던 전두환, 노태우 군사반란세력이 만든 5, 6공 정권에 대한 칭송와 찬양이 ‘김인규 기자’의 입을 통해 KBS 뉴스를 통해 나갔던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특보를 지냈던 김인규 사장의 권력 줄서기는 이미 5, 6공 시절부터 시작된 평생에 걸친 행태였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KBS 기자협회 블로그는 김인규 사장에게 ‘평생 특보’라는 이름을 불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 내용이 곳곳에 알려지게 되자 김인규 사장이 무척 불편했나 보다. KBS 기자협회 블로그에 실려있던 이들 기사들에 대한 접근금지 조치가 지난 2일을 기해 취해졌다. 그래서 김인규 사장이 기자시절에 했던 이들 리포트의 동영상과 그를 풀어놓은 내용을 볼 수가 없는 상태이다. 인터넷의 다른 블로그들에 올려져있던 같은 동영상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가 계속 취해지고 있다.
어떤 내용이었길래 그럴까. 접근금지된 동영상 제4편에는 ‘김인규 기자’의 다음과 같은 리포트 내용도 있다.
“제 5공화국의 출범 1년,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지난 30여 년간의 헌정사에서도 이룩하지 못한 일들을 국민의 여망과 화합 속에 이룩한 획기적인 한 해 였습니다. 이제 한국을 보는 세계의 눈은 분명히 달라졌고 경이의 눈길로 바꿨습니다. 그것은 제 5공화국 출범과 함께 전두환 대통령의 역사적인 미국 방문과 아세안 순방 그리고 88년 올림픽 서울 유치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서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선진국 대열에 부상했기 때문입니다.”
내용을 보니 이제 와서 숨기고 싶은 생각이 들만도 하다.
이번 차단 조치에 대해 해당 포털 측은 다음과 같은 설명을 게재하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온라인상의 게시물로 인해 사생활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입는 경우에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그 게시물의 삭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관의 심의 및 판결 결과 또는 개인정보침해, 초상권 침해와 같은 권리침해여부를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신고에 따라 게시물을 삭제 조치 하게 됩니다. 관련기관의 심의 및 판결 결과가 없거나, 권리의 침해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게시물을 임시조치 하게 되며, 임시조치된 게시물은 아래의 절차에 따라 삭제 또는 복원될 수 있습니다.”
결국 KBS 김인규 사장 측의 권리침해신고에 따라 이같은 접근 차단이라는 임시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은 일단 당사자의 권리침해 신고와 정보 삭제 요청이 있으면,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30일 이내의 차단 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과거 ‘장자연 리스트’ 와 관련해서도 위력을 발휘했던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바로 이 독소조항을 활용해서 KBS와 김인규 사장 측은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차단 조치가 취해진 내용들은 허위사실을 담아 개인의 명예훼손을 하고 있는 내용이 아니다.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공인중의 공인이 기자로 재직했던 시절, 바로 자신이 뉴스 시간에 리포트했던 내용 그대로이다. 김인규 사장 자신이 했던 리포트 내용이 바로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는 꼴이다. 그렇다면 김인규 사장은 과거 자신이 했던 전두환, 노태우 정권 찬양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기는 알게 된 것인가.
기자로서 5, 6공정권을 찬양했던 과거 행각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기는 고사하고, 이런 방식으로 진실이 알려지는 것은 막으려는 모습이 더욱 어처구니 없다. 다른 곳도 아닌, 진실보도에 앞장서야 할 공영방송사가 바로 진실보도를 막고 나선 꼴이 되었다. 그런다고 김인규 사장이 학살과 반란의 주역 전두환, 노태우 정권을 그토록 찬양했던 사실이 가려질 수 있겠는가. KBS는 이제라도 이성을 되찾고 ‘김인규 기자’ 리포트에 대한 권리침해신고를 취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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