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에서는 서로 마주보고 차를 몰며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 핸들을 먼저 꺾는 사람이 지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겁쟁이(치킨)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해 만일 어느 한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하게 되어 양쪽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지금 남과 북이 벌이고 있는 위험천만한 도박의 상황이 그것이다. 물론 발단은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무차별적인 포격행위였다. 민간인 거주지역에까지 포격을 해대며 인명을 살상한 일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였다. ⓒ 연합뉴스
더구나 북한은 연평도 포격에 그치지 않고 제2, 제3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 북한의 조평통 대변인 성명은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하는 28일의 한미 연합훈련 계획에 대해, "북남관계는 전쟁 전야의 험악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또 우리의 존엄과 주권을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우리 군대와 인민은 더 무서운 불벼락으로 적의 아성을 송두리째 날려보낼 준비를 갖췄다"고 밝혔다. 26일 오후 연평도 일대에는 북한의 훈련 포성이 들려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북한의 포격으로 졸지에 피해를 입은 우리 측도 당연히 격앙되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추가 도발에 대해서는 아주 몇배의 화력을 가지고 도발에 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고 지시하며 "민간에게 무차별 포격한 데 대해서는 교전수칙을 뛰어넘는 대응을 해야 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정부는 교전수칙을 전면 보완하여 북의 공격에 대해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측의 위협을 일축하며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그 규모와 강도를 더 높이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되는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해상에는 다시 한번 전쟁 직전을 방불케하는 최고의 긴장상태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훈련 기간동안 한미 양국은 강도높은 해상 사격훈련 등을 할 것으로 예상돼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가 주목된다. 훈련기간중 미 항공모함에서 발진하는 전투기는 북한 전 지역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만큼 아무리 훈련이라도 항모가 뜨면 북한 전투기는 무조건 대응 출격을 해야 한다고 한다. 28일부터 한반도는 다시 2차 연평도 교전의 위기 속에 빠져들 상황이다.
이미 남북은 지난 23일 전면전으로의 비화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긴 바 있다. MBC 보도에 따르면 당일 출격한 우리 전투기에게 북한의 추가 공격이 있을 경우 북한의 4군단 사령부에 대한 폭격 지시가 하달되었다 한다. 만약 그러한 상황까지 갔다면 남북 전투기 간의 교전 속에서 전면전으로의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반도에서 남북간에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어떤 상황이 야기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NYT는 지난 23일자에서 "북한에 대한 해상 봉쇄를 포함한 훨씬 강력한 대응은 오바마에게 커다란 리스크를 안겨준다... 한반도에서 대결은 대규모 병력과 공군력이 동원돼 한국전쟁이 재발할 가능성을 각오하라고 요구한다" 며 "미국 관료들은 이러한 형태의 전쟁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북이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화력을 동원한다면 서울이 파괴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다" 고 보도했다. 그것이 현실이다. 한반도에서 국지적 충돌을 넘어서는 확전은 남북 모두에게 궤멸적 피해를 안겨주며 공멸의 길로 치닫게 만들도록 되어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남북간에 더 이상의 무력충돌이 있어서는 안되는 명백한 이유이다.
지난 금요일, 연평도 포격에도 견디어냈던 코스피도 급락하고 환율은 급등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28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둘러싼 긴장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남북이 모두 핸들을 놓지않고 정면으로 마주보며 달리고 있지만, 아무런 제동장치도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 안전, 더 나아가 민족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남북의 정부 모두 눈 앞의 대결에만 매달려 재앙의 위험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것은 남북의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남북의 두 최고 지도자는 즉시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하여 더 이상의 군사적 충돌이 없도록 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남북간의 핫라인마저 끊긴 지금, 두 사람이 할 일은 서로에 대한 응징을 다짐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비극적인 사태를 어떻게든 막는 일이다. 두 사람이 벌이는 무모한 치킨게임에 민족의 운명을 저당잡힐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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