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연루된 사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치명타이다. 은 전 위원은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지냈고 대선 당시 에는 BBK 대책반장을 맡았던 측근인사였다. 그의 감사위원 임명은 이 대통령 보은인사의 결과였기에, 이번 사건은 결국 인사의 책임자인 이 대통령에게까지 불똥이 튀지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하기에 은 전 위원에 대한 수사는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한층 가속화시키는 상황을 낳게 될 것이다. 만약 은 전 위원 이외에도 다른 감사위원이나 여권 인사의 비리까지 드러난다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내기행사에 나선 이 대통령 (사진=청와대)
이 대통령의 레임덕은 이미 한창 진행중인 상황이었다. 한나라당이 4.27 재보선에서 패배한데 이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도 역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최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1월보다 12.6%포인트나 하락한 31.8%를 기록했다. 특히 그동안 이 대통령 지지율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40~50대 장년층과 60대 노년층에서 각각 15%포인트 이상의 큰 하락이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추세라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제어장치없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가 하면 정책의 주도권은 한나라당 신주류에게로 넘어간 상태이다. 이 대통령이 황우여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야당 따라하기’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제시했지만, 신주류는 전혀 개의치않고 정책기조의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 반값등록금 추진, 추가 감세정책 철회같은 대형정책들이 청와대나 정부의 의사와 상관없이 신주류의 뜻에 따라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청와대나 정부로서도 못마땅하기는 하지만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설 힘을 잃은 모습으로 비쳐진다.
이쯤되면 이 대통령도 이제 식물 대통령으로 접어드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은 등을 돌리고, 여당도 말을 듣지 않고, 측근비리는 터져나오고... 전형적인 ‘집권 4년차 증후군’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대통령에 대한 한나라당의 탈당 요구이다. 이 대통령이 아무리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레임덕 상황을 받아들이는 이 대통령의 모습은 여전히 유감스럽다. 예나 지금이나 국민 앞에 나타나지 않고 청와대 안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이 대통령이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사표를 수리한 직후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하며 '격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화를 낼 사람은 국민이고, 고개숙여야 할 사람은 ‘보은인사’를 했던 대통령 자신이었다. 이 대통령은 비서관들을 향해 화를 낼 것이 아니라 국민을 향해 죄송하다는 말을 했어야 했다.
매사가 그런 식이다.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했어도, 민심이반이 가속화되고 있어도,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아무런 말이 없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국정과 관련된 의례적인 얘기들만 꺼내놓고 있다. 국민이 보기에는 위기에 대한 둔감증이라밖에 생각이 안든다.
이런 식이라면 이 대통령의 추락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4.27 재보선이 끝난 직후 한나라당의 정두언 의원은 ‘제2의 6.29선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이제까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포기하고 민심을 수용하는 결단을 내리겠다는 항복선언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항복선언은 고사하고, 청와대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개각도 쇄신이 아닌 실무용 개각에 그쳤고, 민심을 수용한 정치적 쇄신책이 나오는 것이 없다. 한마디로 성찰없는 이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추락하는 이 대통령에게 날개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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