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 어제는 정치 인사 못 한다 대통령 비판, 오늘은 경제 외교 잘했단 걸 강조했다고 언론보도 탓 하며 치고빠지기? 준키호테!”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트위터에 올린 얘기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그동안 돈키호테로 불리웠던 점을 떠올리며 그를 ‘준키호테’라고 비꼰 것이다.
그런데 요즘 홍 대표의 행보를 보면 전에 사용되었던 돈키호테라는 별명이 다시 등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직 취임 이후 그의 좌충우돌식 행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보자. 원래 홍 대표는 청와대에 대해 할 소리는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그가 한나라당 대표로서 신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과거 대표들과는 달리 소신형 대표가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대표가 되고난 뒤 홍 대표는 청와대와의 호흡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당 대표로서 자기 하고싶은 대로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사인같은 것이었다. 실제로 홍 대표는 권재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내정에 대해 청와대를 적극적으로 엄호하며 당내 쇄신파의 반발을 진정시켰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사진= 박정호)
그러나 그같은 당.청 일체를 과시한 직후, 홍 대표는 느닷없이 이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중앙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한다”며 “나 혼자 갈 테니까 따로 오라는 식의 리더십으로는 국가를 이끌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은 더 이상 일을 벌이지 말고 마무리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청와대로서는 몹시 불쾌하게 받아들여지는 발언이었다. 희안한 것은 그렇게 이 대통령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면서도 홍 대표는 “재집권을 하려면 당청이 충돌하지 않고 하나가 돼야 한다”는 립 서비스를 한다는 점이다. 청와대를 엄호했다가 비판했다가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일단은 혼란스럽다.
친박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홍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표차이로 1위를 차지한데에는 친박 진영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향후 홍 대표와 친박의 연대 가능성까지 전망되었다. 그러나 홍 대표는 취임 후 첫 회의에서 “계파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공천을 주지않겠다”는 발언을 하여 친박 측을 자극했다. 당장 친박 측의 유승민 최고위원이 반발했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 ‘공천학살’을 당한 적이 있었던 친박으로서는 홍준표식 공천에 대한 경계심이 발동되는 상황이었다.
홍 대표와 유 최고위원의 대립은 그 이후 사사건건 계속되고 있다. 홍 대표가 측근인 김정권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하려 하자 유 최고위원은 강력히 반발하며 퇴장했다. 이 역시 내년 총선 공천에 대한 경계심의 발로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금융지주ㆍ대우조선해양 매각 방식, 전ㆍ월세 상한제를 둘러싸고도 두 사람은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치적, 정책적 여러 사안에 대해 홍 대표와 친박 측이 대립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홍 대표에 대한 친박 측의 불신과 경계심은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당대회에서 홍 대표를 밀어주었는데도 이제와서 자기 멋대로 하는 모습을 보며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불신은 결국 내년 4월 총선 공천에서 홍 대표가 자기 마음대로 어떻게 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친박 측에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홍 대표의 친박 등돌리기가 친이 측의 긍정적 반응을 낳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정권 사무총장 기용에 대해 친이 측도 친박과 마찬가지로 강력히 반발했다. 내년 총선 공천에 대한 경계심은 친이 측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러다보니 여권 내부에서는 청와대, 친박, 친이, 중진 등을 가리지 않고 홍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계파를 불문한 전방위로부터의 반발이라고나 할까. 더구나 여기자에 대한 막말 사건같이 대표로서의 부적절한 언행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홍 대표에 대한 시비는 언제 ‘제2의 안상수’ 수준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물론 홍 대표를 맹목적으로 좌충우돌하는 단순한 돈키호테로만 보기는 어려울 점이 있다. 그에게도 내년 총선과 대선정국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정치적 포부가 있을 것이다. 최근 홍 대표의 일련의 행보를 보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자신의 독자적 역할을 분명하게 세우려는 포석이 읽혀진다.
그러나 그러한 포부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기에는 홍 대표의 상태가 무척이나 불안해보인다. 설혹 당내에서는 계파들 사이에서 고립된다 하더라도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면 홍준표식 독자행보에 승부를 걸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홍 대표의 행보가 국민에게도 그리 일관성있게 비쳐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평균적인 눈높이로 보았을 때 그는 여당의 대표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야당의 목소리같지도 않다. 그때 그때 거침없이 드러나는 그의 행보를 보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혼란을 느끼게 된다.
지켜보면 볼 수록 그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는 여전히 돈키호테이다. 홍준표식 리더십이 거대여당을 어떻게 이끌고 갈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래 왼쪽에 있는 손가락 모양을 클릭하시면 이 글에 대한 '추천'이 됩니다, 여러분이 추천해주시면 이 글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