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박근혜는 안철수 바람을 막을 수 있을까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얘기를 하면 할수록 국민들은 한나라당과 멀어지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이제 그런 단어를 언론에서 쓰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 

박근혜 대세론이 종언을 고했다는 말은 이제 한나라당 내에서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안철수 바람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던 박근혜 대세론은 서울시장 선거가 박원순 후보의 승리로 돌아가면서 수명을 다하는 모습이다. 박 전대표와 지원 대결을 벌이는 모양새가 되었던 안철수원장이 지원 대결에서 승리하는 결과가 되었고, 실제로 지원 효과에 있어서 안 원장이 월등하게 앞섰던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서울시장 선거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이 박 전 대표를 앞서는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29일 실시한 대선주자 양자 가상대결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45.9%, 안철수 원장은 48.0%의 지지율을 보였다. 오차범위(±3.5%포인트) 이내지만 지난 9월 이후 실시된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세 차례 양자대결 조사에서 안 원장이 박 전 대표를 처음으로 앞선 결과이다.

사진=유성호

그리고 <중앙일보>YTN-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9일 실시한 두 사람의 가상대결에서도 안 원장(47.7%)이 박 전 대표(42.6%)를 앞서기 시작했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안 원장 42.8%, 박 전 대표 43.7%였다. 

서울시장 선거 이후 안철수 바람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선거 효과가 지나고 나면 다시 조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은 박 전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내주는 상황이다. 그동안 박근혜 대세론이 박 전 대표가 부동의 1위를 달리는데 근거했던 것이라 한다면, 이제 더 이상 박근혜 대세론은 없다는 것이 맞는 말이 된다. 

대세론이라는 것은 한번 무너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은 지난 역대 대선에서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물론 박 전 대표의 경우는 안철수 바람 앞에서도 아직까지 지지층의 견고함을 보여주고 있다. 안철수 바람이 태풍이 되는 시점에서도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지는 않은 상태에서 서로 근접한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영남, 연령적으로는 노년층, 이념적으로는 보수층의 안정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드러낸 확장성의 한계를 박 전 대표 또한 안고 있으며, 그가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안철수 바람을 당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박 전 대표는 대선가도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서 위기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박 전 대표가 처한 어려움이 여론조사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내년 12월 대선까지의 환경과 트렌드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1, 2위 자리가 바뀌는 것이야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 박 전 대표는 환경적으로 불리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첫째는 2040의 반란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치, 경제, 사회적 현실에 불만을 쌓아온 20, 30, 40대는 반란의 동맹을 형성하여 여권세력을 심판했다. 특히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왔던 40대층이 심판에 함께 나선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정치적으로 민주주의가 회복되지 않고, 젊은 세대가 처해있는 사회경제적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한 이들의 반란은 내년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둘째는 SNS의 위력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터넷 방송 등을 망라하는 SNS의 위력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더욱 강화되었다. 올드미디어와 소셜미디어 사이의 대결에서 SNS라는 소셜미디어가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당연히 내년에도 지속될 뿐 아니라 더욱 강화될 것이다. 국내 스마트폰 인구는 최근 2천만명을 돌파했다. SNS 인구는 모바일 인구의 증가에 비례해서 함께 증가하게 되어있다. 현재와 같이 SNS에 대한 활용능력에 있어서 야권이 여권을 월등하게 앞서고 있는한, SNS를 통한 경쟁의 격차는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는, 앞의 환경들을 극복할 한나라당의 대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이후 젊은 세대와의 소통, SNS 대책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패배하면 항상 나오던 얘기였고 막상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근본적인 사고와 정책의 혁신없이 방법만 바꾼다고 성과가 나오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한나라당이 단기적으로 이들 문제에 대한 실효성있는 대안을 마련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해 보인다. 

현재 한나라당이 처해있는 상황은 곧 박근혜 전 대표의 한계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드러내고 있는 한계들을 박 전 대표 개인의 힘으로 돌파할 수 있을만큼 박 전대표가 컨텐츠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박 전 대표 또한 안철수 바람 앞에서는 구정치의 일원으로 경계선이 그어질 수밖에 없는 취약한 위치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 이후 박 전 대표에게 닥쳐온 어려움은 생각보다 구조적인 성격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 정국상황에 따라 안철수 바람과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감당해내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 고비는 내년 4월의 총선이 될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결과를 낳느냐. 그에 따라 12월 대선을 앞둔 박 전 대표의 운명은 일찍 결판이 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아래 왼쪽에 있는 손가락 모양을 클릭하시면 이 글에 대한 '추천'이 됩니다, 여러분이 추천해주시면 이 글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