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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정일 위원장 사망, 정부 차원의 조문 필요하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급병으로 사망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인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북한은 물론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유고시 북한 내부의 급변 가능성을 점쳐온터라 앞으로 북한 내부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의 추측과는 달리 현재까지 북한 내부의 상황은 매우 안정적인 가운데 김 위원장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특별방송 내용, 신속한 장의위원회 구성, 애도기간의 선포 등을 놓고볼 때, 북한 내부의 상황은 안정적으로 질서있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 유성호

그럼에도 우리 정부나 국민이 받은 충격은 매우 컸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북한의 발표가 있을 때까지 그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국민들 또한 갑작스러운 소식에 불안심리가 발동하여 한때 증시가 폭락하는 등의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일련의 비상조치들을 취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렸고, 군당국은 전군 비상경계태세 2급을 발령했다. 공무원들은 비상근무에 들어갔고 경찰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정부로서는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북한 내부의 급변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정부는 슬기롭고 지혜롭게 사태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경계태세의 발령도 정부 입장에서는 강구해야 할 일이 되겠지만, 그 이전에 상대에 대해 예를 표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현재 북한은 상중이다. 거기다 대고 '적의 도발시 응징' 운운하는 군책임자의 발언이 언론에 소개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자신들이 상을 당해 슬픔에 빠져있을 때 상대가 어떠했는지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게 되어있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에 대한 조문론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정부여당과 보수단체들은 조문론을 상대로 마녀사냥을 하는 모습을 보이며 남북간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당시 조성된 남북간의 불신이 남북관계에 두고두고 장애가 되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정부가 북한에 대해 예를 갖추는데는 관심이 없고 군사적 대비태세만 강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렇지 않아도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지게될지 모른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앞에서 정부는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을 자극할지 모르는 과잉조치를 자제하고 신중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상대 지도자의 죽음에 대해 예를 표하고, 북의 권력승계 과정을 침착하게 지켜보면 된다. 북한내부 권력 향배에 대한 섣부른 추측으로 북을 자극해서는 안된다. 

가장 좋은 선택은 정부 차원의 조문단을 북한에 보내는 일이다. 아무리 남북관계가 냉각되었다 해도 가겠다는 조문단을 북측이 막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남북간의 조문외교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이제까지의 대북정책 기조를 갑자기 바꾸어 보수층의 반발을 감수하며 조문까지 하기가 끝내 부담스럽다면 민간 조문단의 방북이라도 허용해야 할 것이다. 이희호 여사나 권양숙 여사의 방북조문은 북의 과거 조문에 대한 답례의 성격도 갖기에 정부로서도 부담이 덜할 것이다. 

그동안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갔던 이명박 정부는 지금의 사태라도 슬기롭게 대처하여 더 이상 남북관계를 회복불능의 상태로 몰아넣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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