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사퇴, 나홀로 인사방식의 귀결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결국 사퇴했다.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무수한 의혹과 논란거리들이 제기되었는데도 사퇴불가 입장을 고수했던 그였지만, KMDC 관련 의혹들이 새롭게 부상한 상황에서 더는 버티지 못하고 결국 사퇴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요지부동으로 사퇴를 거부하던 김 후보자가 돌연 사퇴를 결심한 것은 사실상 청와대로부터의 사퇴권고에 따른 것 아니겠는냐는 해석이 유력하다.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한 박근혜 정부의 출범 초반은 김병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사퇴를 거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기에 이르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에 빚어지고 있는 난맥상은 한마디로 인사난맥이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사퇴에서부터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의 사퇴 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혼선과 난맥이 빚어져왔다.  

김병관 후보자 (사진= 오마이뉴스 남소연)

누구보다 답답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일지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조직법 늦장 처리로 인해 새 정부 국정운영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인사를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새 정부 출범 초다운 새로운 분위기 형성도 여의치 않은 상태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다잡으려 하고 있지만, 인사 논란에 덮여버리기 일쑤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박 대통령이 누구를 원망할 일은 아니다. 잇따른 인사난맥은 언론이나 야당의 발목잡기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기 보다는 부적절한 인선에 따른 필연적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드러나는 사전검증의 취약, 시스템이 아닌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나홀로 인선, 시대의 변화를 감안하지 않는 과거 코드형 인사,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는 독선적 태도..... 이 모든 문제들의 결과가 지금 지켜보는 인사난맥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박 대통령의 나홀로 국정운영 방식이 낳은 피할 수 없는 결과이다. 대탕평의 정신에 따라 널리 인재를 구하려 하지 않고 개인적인 인연 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따라 인선을 하는 모습, 주변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개인적 판단을 우선하는 방식이 계속되는한 이같은 난맥은 단지 인사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결심하면 모두가 따르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권위주의 시대의 통치이지, 민주화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게 보면 박근혜 정부의 난맥은 내각의 완성으로 일단락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박 대통령의 나홀로 국정운영 방식이 변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 주변에 직언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고, 여당 내에서조차 박 대통령과 소통이 가능한 사람들 찾아보기 어렵다 한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의 밀실에 홀로 존재하고 있지, 국민과 여당, 그리고 야당과 소통하고 있지 못하다. 

과거 시절 청와대에서 생활하면서 아버지에게서 보았던 통치의 방식이 너무 깊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대통령은 외롭게 결정하는 것이고, 대통령이 한번 결정하면 그것이 국론이 된다는 사고 말이다. 

마지막에는 여야가 그래도 타협을 했지만,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대치과정 내내 박 대통령은 야당의 발목잡기를 탓했다. 반면 원안 고수만 강조한 자신의 비타협적 태도에 대한 성찰은 어느 곳에서도 없었다. 결국 마지막에 여야가 서로 한발씩 양보를 하니까 합의가 가능했다. 정부조직법 협상으로부터 박 대통령은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그리고 잇따른 인사난맥으로부터는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혹여라도 언론과 야당의 탓을 하고 있지 않기 바란다. 이 순간 박 대통령이 남의 탓을 하고 있느냐 아니면 자신을 성찰하고 있으냐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성패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