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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흠집내기 속내 드러낸 법무부 진상조사

대한민국 법무부가 고작 이 정도의 진상조사 결과를 내놓으려고 그렇게 난리법석을 떤 것이었나. 법무부는 사람들의 시선이 덜한 금요일 오후 5시를 택해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혹을 사실로 인정할 만한 정황이 다수 확보됐다고 밝히며 사표수리를 건의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그런데 법무부가 사용한 정황이라는 용어는 법무부에 어울리지 않는 비법률적 용어이다. < 조선일보>제기의혹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 되지 못한다. 법무부가 의혹을 사실로 인정할 만한 정황이라며 제시한 근거들도 사실 특별한 것들이 아니다. 

법무부는 채 총장이 임씨가 경영부산의 술집과 서울의 레스토랑에 상당 기간 자주 출입했다는 사실을 정황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채 총장 스스로가 공개했던 내용이다. 채 총장은 이미 후배 검사 및 수사관들과 함께 임씨가 경영한 레스토랑에 갔다고 밝혔고, 임씨한테 혼외 아들이 있다면 후배들과 함께 가게에 갔겠느냐고 반문한 바 있다. 주인과 고객의 관계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는 점을 법무부 발표는 제시하지 못한 채 그냥 의혹의 정황이라 주장한 것이다. 

임씨가 2010년 채 총장의 대전고검장 사무실을 방문해 만남을 요청했다는 일도 전후 맥락과 사정을 알아야 판단할 수 있는 일로 보인다. 법무부는 임씨의 방문 사실만 말할 것이 아니라, 무슨 이유로 방문을 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까지 제시했어야 했다. 임씨가 혼외 아들 의혹이 처음 보도된 지난 6일 새벽 여행가방을 꾸려 급히 집을 나가 잠적했다고 밝힌 내용도 혼외 아들의 실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이처럼 법무부는 주관적 의심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내용을 갖고 의혹을 사실로 인정할 만한 정황이라고 규정하며 임씨의 아들이 채 총장의 혼외 아들일 가능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근거를 묻는 기자들의 거듭되는 질문에는 밝힐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국가기관, 그것도 법무부라는 기관의 진상조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부실투성이 조사결과이다. 

법무부의 이번 발표는 여러 비판 속에서도 강행했던 진상조사의 속내가 무엇이었던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진상의 규명보다는 채동욱 흠집내기를 통해 채 총장이 물러나야할 당위성을 만들어내려는데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법무부의 관심이 공정한 진상규명에 있지 않다는 점은 정식 감찰은 하지 않고 여기서 진상조사를 마무리 하겠다는 입장에서도 나타난다. 사전 진상조사에서 의혹을 사실로 인정할 만한 정황이 발견되었다면 정식 감찰에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법무부는 이쯤에서 그만두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진상규명이라는 것을 법무부가 해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고, 소기의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는 판단일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채 총장의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던 박 대통령에게 법무부는 사표 수리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진상규명이 이루어졌다는 섣부른 결정을 내린 셈이다. 혹은 박 대통령에게 사표 수리의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법무부의 충정일 수 있다. 

채 총장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내서 유전자 검사의 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법무부는 부실한 조사를 통해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려버렸다. 만약 앞으로 상황이 법무부의 결론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때 그 책임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번번이 총대를 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함을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황 장관만 희생양으로 만든다고 해서 매듭지어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번번이 법무부로 하여금 시간에 쫒기는 기자회견을 하게 만든 보이지 않는 손들또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채동욱 파동은 현재진행형이고 또한 미래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