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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드’가 친박-비박 계파싸움 할 일인가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공론화를 둘러싼 여권 내부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 이후 새누리당내 유승민 원내대표 등이 사드 공론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논란은 불이 붙었다. 새누리당의 비박 지도부는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이를 공론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는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 사드 문제를 논의하자는 여당 측의 제안을 거부할 정도로 불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드의 한반도 배치라는, 나라의 안위와 직결되어 있는 중대 사안이 여권내 계파 간의 싸움거리로 되어버린 모습이다.

사진 출처= 새누리당 홈페이지


하지만 사드 문제는 그래서는 안될 일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이루어지는 순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급격히 고조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중국은 미국이 추진하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결국 자신들을 겨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이 갖는 의심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 미국은 북한 핵 미사일 요격을 위해 사드의 한국 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장사정포라는 효율적인 무기를 갖고 있는데 굳이 고고도 미사일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얘기이다. 사드는 한국의 안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미사일을 레이더로 광범위하게 탐지하고 유사시에 요격할 수 있는 무기로서 위력을 갖게 될 것이다. 결국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전진기지가 되는 셈이다.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현실화되었을 때 한반도는 강대국들 간의 군사적 대결의 한복판에 놓이게 될 것이다. 나라의 생존을 위해 막아야 할 일이다.

또한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한중관계의 파국을 의미한다. 이미 중국 정부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를 우리 정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까지 친한 노선을 견지해왔던 중국이지만, 사드 문제에 대해서만은 양국관계의 재검토를 불사할만큼 양보없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중국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중국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가를 잘 알고 있다. 지금의 경제구조에서 한중간의 경제관계가 흔들리게 된다는 것은 한국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임에 분명하다.

이처럼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우리에게 엄청난 군사적 위험과 경제적 타격을 초래하는 일이다. 도대체 우리가 국민의 생존을 뒤흔드는 그러한 피해를 감수하면서 사드 배치를 수용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새누리당의 비박 지도부는 사드 배치에 따른 나라의 안위를 제대로 예상하지 못한채 경솔한 언행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이 사드 배치를 위해 한국내 부지조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고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데, 여당 지도부의 이같은 모습이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힘을 실어주게 될까 심각히 우려된다. 여당의 비박 지도부가 청와대 눈치보지 말고 자기 목소리를 내라했던 것은 국정의 쇄신과 관련된 것이지, 이렇게 국민의 생존을 저당잡히는 모험을 마음대로 벌이라는 말은 아니었다. 나라의 앞길을 좌우할 수 있는 중차대한 안보 사안을 갖고 이런 식으로 계파 싸움을 벌여서는 안된다.

청와대도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차제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옳다. 사드 문제가 수시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외교적 갈등 사안이 되고 있음을 감안하며 이제는 선을 긋는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사드를 둘러싼 미국와 중국의 틈바구니에 끼여 우리가 언제까지나 불확실한 혼란을 겪고 국민의 불안이 지속되어야 하는 것인가.

지금 여권 내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갖고 친박과 비박이 싸우는 것은 최악의 계파싸움임을 당사자들은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