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이사장이 이끄는 방송문화진흥회의 MBC 장악 기도가 드디어 본격화되고 있다. 방문진은 8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공석중인 MBC 이사와 본부장 선임을 여당측 이사들 의사대로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엄 사장과 김 이사장 간의 의견 차이로 MBC 후임 본부장 인선은 계속 무산되어 왔다. 특히 김 이사장이 제시한 인선안에 대해서는 엄 사장이 거부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상황도 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엄 사장은 김 이사장이 요구하고 있는 인선안을 거부하고 있지만, 결국 김 이사장은 엄 사장의 거부에 상관없이 여당측 이사들의 뜻을 모아 그대로 강행 처리할 태세이다.
그런데 알려지고 있는 인선안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한겨레> <미디어오늘>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김 이사장은 보도본부장에 황희만 울산문화방송 사장, 제작본부장에 윤혁 부국장을 선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강한 보수성향의 인물로, 엄 사장이 계속 거부해온 경우들이다. 특히 윤 부국장은 그동안 MBC 내부에서 경영진을 흔들며 논란을 빚었던 공정방송노조 조합원이다. 이러한 인사들이 MBC의 핵심 요직을 차지할 경우 MBC가 급격히 보수화되고 KBS의 뒤를 따라 친정부적인 방송으로 전락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김우룡 이사장 |
엄기영 사장 |
그동안 방문진 김 이사장이 그려왔던 그림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이제 베일을 벗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고도 방송장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보수편향의 이념적 색채가 강한 인물들을 핵심 요직에 앉혀 엄기영 사장을 식물사장으로 만든채 MBC를 친정부적인 방송으로 만들려는 포석이다.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는 그림이다. 그동안 김 이사장이 이끄는 방문진을 가리켜 ‘점령군’ 행세를 한다는 말이 나왔지만, 왜 그런 표현이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KBS를 친정부적인 방송으로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MBC 마저도 친정부적인 방송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것인가. 끝까지 정권의 코드와 일치하는 자기 사람 심기를 밀어붙이는 김 이사장의 모습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책임감같은 것은 찾을 길이 없다.
이제 MBC는 진짜 기로에 서게 되었다. 만약 김 이사장이 심는 인사들이 MBC의 핵심 요직을 차지하게 되면 MBC의 미래는 없게 된다. MBC는 제2의 KBS가 되어버리고 만다. 어떻게든 막아야 할 상황이다.
MBC 노조는 강력한 저지투쟁을 다짐하고 있다. 김 이사장의 MBC 장악이 현실화되는 것을 MBC 노조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놓아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엄기영 사장의 선택이다. MBC가 정권 코드에 맞추는 방송으로 전락하는 것을 가장 앞에서 막을 책임이 엄 사장에게 있다. 정권이 내려보낸 이사장이 MBC 점령군 행세를 하는 이 치욕스러운 상황에서 엄 사장이 무슨 사장직에 대한 미련이 더 이상 있겠는가. 이제 엄 사장은 MBC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버텼던 인물로 한국방송사에 기록되어야 한다. 설혹 방문진이 자기들 뜻대로 임원을 선임하더라도 이들의 본부장 임명을 끝까지 거부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MBC마저 무너져버리면 공정방송을 갈구하는 수많은 시청자들은 기댈 곳이 없게 된다. MBC 노조와 엄기영 사장이 결연한 모습으로 MBC 장악 기도를 막는다면 국민도 그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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