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사평론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공정성에 대한 부담을 의식해야 하기에 선거나 특정 정당의 경선때 좀처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얘기를 삼가해왔다. 때로는 지지하고 싶은 후보가 있어도 우회적인 방식으로 그 뜻을 드러내왔다. 이인영 Ⓒ 유성호
그래왔던 내가 오늘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인영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다. 갑자기 왜 그러느냐고? 더구나 국회의원도 아닌 원외의 후보, 대중적인 인지도도 아직은 떨어지는 인물을.... 민주당내의 ‘빅3’급도 아닌데, 무모한 선택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질 분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말해보기로 하자. 내가 이인영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는 것은 그와의 특별한 친분이 있어서는 아니다. 그래도 알고 지내는 사이이기는 하지만 특별히 개인적인 인연을 갖고 있는 관계도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이인영 후보의 리더십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있거나 충분한 검증을 했다고 믿어서도 아니다. 사실은 나도 이인영이라는 개인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따라서 내가 지금 그를 지지한다고 밝히는 것은 이인영이라는 개인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2012년의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정세균-손학규-정동영의 이른바 ‘빅3’ 질서가 민주당내에서 붕괴되고 변화의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빅3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얘기이지만, 현재와 같은 빅3 체제로는 2012년에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들 가운데 누가 대통령후보가 된다 해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이기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빅3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은 이미 2007년을 거치면서 어느정도 검증이 된 문제이다.
이런 마당에 우리가 안되는 승부에 매달리는 어리석은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 빅3를 앞에 내세워 2012년 대선이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다른 인물들을 앞에 내세우면 되는 일이다. 그것을 주저하며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판을 바꾸면 된다.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는 문제이다.
그림을 그려보자. 이인영 후보가 486 단일화에 힘입어, 그리고 민주당의 변화를 바라는 여론에 힘입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다 치자. 그때 민주당의 빅3 체제는 힘을 잃게 될 것이고, 모든 사람을 체념 속에 몰아넣었던 대안부재론도 급격히 퇴조하게 될 것이다.
486 그룹의 단일화가 완성되면 이인영 후보가 1위를 차지해서 당 대표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러나 민주당내 대의원 구성의 분포상 당장 그것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임은 잘 안다. 다만 그가 빅3와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득표 2위 정도의 상위권으로 지도부에 포진할 수 있게만 되어도 그 의미는 대단히 클 것이다.
민주당내 486의 대표는 젊고 진취적인 민주당을 만들어내고, 야권연대를 통해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내는데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나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전당대회 자체가 아니다. 민주당에서 누가 당권을 잡든, 누가 몇위를 차지하든 그 자체가 무엇이 그리 중요하겠는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가져올 야권질서의 변화여부이다.
이인영같은 486 그룹의 대표가 힘을 보일 경우, 그 성과는 새로운 대선 판짜기를 촉진할 수 있다. 야권에는 박근혜같은 인물이 없다는 체념을 떨치고 우리는 인물을 발굴하고 키우는, 그리하여 새롭게 판을 짜는 대장정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에서 힘있는 지도부가 된 이인영이 앞장서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김두관 혹은 안희정같은 인물들도 도지사직을 그만두고서라도 뛰어들 수 있도록 하고, 이정희, 유시민, 노회찬 등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빅3와 경쟁을 벌여 이 가운데서 야권의 단일 대선후보가 선출될 수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있는 후보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 과정이 역동적으로 진행만 된다면 흥행은 성공할 것이고, 한나라당 후보의 노쇠함과 대비되는 야권의 단일후보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과 같이 빅3가 주도하는 민주당의 질서에서는 이같은 역동적인 과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외부에 대해 폐쇄적이고 자기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이 계속되는한 국민에게 감동을 줄 야권의 역동적인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는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를 그런 변화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내가 이인영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는 이유이다. 마침 민주당내 486 그룹에서는 이인영 후보를 486의 단일후보로 추대하고 공동의 지원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아직까지 후보사퇴의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최재성 후보는 대의를 생각하며 조속히 후보사퇴의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 이인영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새로운 대선 판짜기의 서막이다. 따라서 이는 민주당 내부에게만 맡겨둘 일은 아니다. 2012년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민주당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도 그 목소리를 민주당에게 생생하게 들려줄 필요가 있다. 정치혁명의 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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