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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직불금, 홍준표가 꼬리내리는 이유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말이 달라지고 있다. 쌀 직불금 부정수령에 대해 선봉에 서서 목소리를 높이던 그였다.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공무원 4만여 명과 공기업 직원 6000명에 대해서는 반드시 옥석을 가릴 것이다..... 이 문제는 피아(彼我)를 구분치 않고 오로지 농민과 국민 입장에서 처리하도록 하겠다"

“중앙이나 고위 공무원 가운데 자격이 없는데도 쌀 직불금을 변칙 수령했다면 이는 공무원 자질이 안 되는 사람이거나 잘못된 인식으로 공무원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불법적으로 쌀 직불금을 받았다면 형법상 사기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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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쌀 직불금 파문 초기에 홍 원내대표가 꺼낸 발언들을 들으면,마치 야당 원내대표가 정부를 향해 공격할 때 나오는 말의 분위기였다. 그리하여 홍 원내대표는 이봉화 차관 문제로 촉발된 쌀 직불금 문제를 공직사회 전체로 확대시킨 장본인이 되었다.


갑자기 누그러진 ‘홍의 발언’


그러던 홍 원내대표의 쌀 직불금 성토 발언이 갑자기 누그러지고 있다. 그는 한나라당 소속 김성회. 김학용 의원의 직불금 수령 부분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부모가 같이 살고 농사를 지으면서 아들 이름으로 직불금을 신청한 것인데, 가족 공동체의 일을 갖고 '쌀떼기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들을 방어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고위공무원단 가운데 60~70명이 가족명의로 직불금을 수령한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그 가운데 97%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마녀사냥이 되어서는 안된다, 억울하게 매도당하는 공무원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꼭 덧붙이곤 한다.

쌀 직불금 파문 초기에 홍 원내대표가 파문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파문의 축소에 주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다. 홍 원내대표의 맹활약을 지켜보면서도 침묵을 지키던 박희태 대표도 입을 열었다.

"상당히 미묘하고 복잡한 사안이라 ‘선(先) 진상규명, 후(後) 조치’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지금 마녀사냥인지, 표적사냥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할 문제가 아니다.” “직불금 수령 문제는 워낙숫자도 많고 사례도 각양각색이고 아직 조사도 안된 단계에서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파문 축소로 가는 한나라당의 속사정


당 차원에서의 축소지향 분위기가 읽혀진다. 이같이 파문 축소의 분위기가 등장한 한나라당의 속사정은 어떤 것일까.

홍 원내대표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은 한나라당 소속 두 의원이 직불금을 수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봉화 차관에 이어 한나라당 두 의원이 여론의 표적이 되는 듯한 분위기가 전개되자, 결국 여권만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었다.


당초 홍 원내대표는 직불금 문제의 본질이 노무현 정부 시절의 실정이고, 따라서 이 문제를 갖고 갈 데까지 가더라도 불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 문제가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각시켜 차제에 정국주도권을 쥐고가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는, 상황은 그의 뜻대로 가고 있지 않다. 어디서 시작되었든, 어차피 사태의 수습과 해결은 이명박 정부가 하게 되어있다. 여론의 비판과 요구는 결국 현재의 정부를 향하게 되어있는 것이 현실이다. '피아불문'이라고는 했지만, 야당보다는 여당에게 더 부담이 안겨지고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공무원사회의 불만도 무시할 수 없다. 홍 원내대표의 요구들은 자칫 공무원사회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준이었고, 여권의 입장에서는 이를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파문의 장기화 자체가 여권의 부담


무엇보다 여권의 입장에서는 파문의 장기화가 부담이었다. 쌀 직불금 문제가 이봉화 차관 개인 문제나 YTN 사태같은 이슈를 덮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여권의 국정드라이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원하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파문이 계속 확산되어 '제2의 촛불' 비슷하게라도 될 경우,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은 다시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홍 원대대표는 피아구분없이 농민과 국민을 바라보고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그가 몸담은 여권의 사정은 녹녹치않아 보인다. 그래서 결국 홍 원내대표도 사태의 확대보다는 축소 쪽으로 시선을 옮긴 것이다.

때마침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도 전해진다. “홍 원내대표가 쌀 직불금 문제에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 정부가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그렇고 청와대 측에서도 홍 원내대표에 대한 원망의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가 의도했던, 노무현 정부의 실정 부각을 통한 정국반전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그를 보는 여권 내의 시선은 곱지않다. 결국 홍 원내대표, 그리고 한나라당이 꼬리를 내리고 있는 이유이다. 홍준표의 소신행보는 또 다시 벽을 넘지못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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