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재씨가 자신이 발행하는 <빅뉴스>에 나에 대한 비판을 글을 올렸다. 글의 제목은 ‘유창선은 이여영의 실력 검증할 자신있나’였다.
며칠전 내가 이 곳 블로그에 올린 ‘이병순 사장, 부적격 진행자 또 조사한다’에 대한 반박이다. 나는 그 글을 통해 KBS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KBS 인터넷 프로그램 '이여영의 아지트' 진행을 맡은 이여영씨에 대한 이문원 위원의 문제제기가 있자, 이병순 사장이 "만약 KBS에 적합지 못한 인물이 발탁됐다면, 이를 엄격히 조사해서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보도국장에게 지시한데 대한 비판을 했다.
이는 촛불시위에 동조하다가 <중앙일보>에서 해직된 사람을 어떻게 KBS에서 쓰게 되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말로 들린다며, '먹고, 마시고, 즐기는' 프로그램에도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KBS의 모습은 차라리 한편의 코미디와도 같다고 나는 지적했다.
그런데 변희재씨가 나를 반박한 것이다. “대체 요즘 유창선씨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면서 말이다. 나는 가급적이면 소모적이거나 이전투구식인 논쟁에는 나서지 않는 편이지만, 최소한 내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도는 변희재 대표에게 이해시켜 줄 필요가 있어 간단하게만 이 글을 쓴다. 대체 요즘 유창선이가 왜 이러는지를 알게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이다.
우선 나는 왜 변희재씨가 발끈해서 나를 공박하고 나섰는지 모르겠다. 내가 문제삼은 것은 시청자위원회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고 해서 보도국장의 미온적 답변에 제동까지 걸면서 ‘엄격한 조사와 엄정한 조치’를 지시한 이병순 사장의 모습이다. 물론 이여영씨의 기용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에도 나의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글은 자신들이 진행자로 기용하고서 불과 한달도 되지않아 ‘엄격한 조사와 엄정한 조치’ 운운하고 있는 KBS의 횡포와 무례함에 관한 것이다.
그럼에도 왜 변희재씨가 이를 자신이 발행하는 <미디어위치>에 대한 비판으로 간주하며 흥분하는지 모르겠다. 변희재씨는 “유창선이 젊은 세대의 미래에 관심이 없다면, 쓸데없이 본인의 전문분야도 아닌 일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기 바란다”고 나에게 충고했지만, 나의 KBS 비판에 정작 ‘쓸데없이 개입’한 것은 그였다.
좋다. 기왕에 얘기나온 것, 이여영씨 진행자 기용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도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니까, 본론으로 들어가자.
변희재씨는 내가 <미디어워치> 측을 비판하면서, <미디어워치> 측이 무슨 근거로 이여영씨의 기용을 문제삼았는지 전혀 소개해놓지 않는 고의적 실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다음과 같은 얘기이다.
“이여영씨가 촛불을 찬양하는 글을 올렸으니, 퇴출시키라는 게 아니라, 단지 촛불을 찬양했다는 이유 하나로, 이와 전혀 관련없는 공영방송의 ‘먹고 마시고 즐기는 프로그램’ MC로 전문성도 검증없이 기용해 되느냐는 문제제기였다. 이여영씨는 촛불 찬양 글을 쓴 것으로 필화 사건을 겪은 것 이외에 공영 방송의 고정 프로그램 MC를 할 수 있는 그 어떤 경력도 없다는 것이 미디어워치 측의 주장이다. 이를 반박하려면 이여영씨의 전문능력을 입증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의 해석대로 “먹고 마시고, 즐기는 프로그램에 정치적 잣대로 퇴출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이여영씨가 공영방송의 MC를 할만한 전문능력이나 실력이 없기 때문에 그런 요구를 한 것이라는 얘기이다.
나는 변희재씨의 글을 보면서 결국은 같은 얘기라는 판단을 다시 한번 굳혔다. 변희재씨는 나더러 이여영씨의 실력을 검증할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도대체 그 실력검증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나는 알 길이 없다. 진행자에 대한 자격시험이 있어서 TOEIC점수 나오듯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방송 진행자의 실력과 능력에 대한 판단은 우선은 제작진, 그 이후에는 시청자들이 하는 것이 상식이다. 여기서 진행자를 기용할 때 제작진은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해당 분야에 대한 안목, 방송진행 능력, 시청자들의 반응 등.
변희재씨 얘기는 이여영씨의 경우 실력도 없이 촛불예찬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발탁이 되었기에 문제라는 것인데, 어떤 근거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문화와 라이프 분야에 진짜 전문가들이 많은데도 이여영씨가 그들을 제치고 발탁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 그러면 방송 진행자의 기용은 해당 분야에 대한 경력순으로 해야한다는 말인지.
방송진행자의 발탁을 위한 판단은 일차적으로 제작진의 재량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판단은 누구의 경력이 더 많냐 하는 식으로, 이력서만 갖다놓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행자로서의 종합적인 능력을 평가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실 이여영씨의 경우와 같은 발탁은 방송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일이고, 그렇게 희귀한 일이 아니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내용을 무리없이 소화해줄 수 있는, 그러면서 때로는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인물을 찾고, 그 과정에서 종종 새로운 인물이 발탁되기도 한다. 거기서 다소 파격적인 발탁이 있기도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내가 부당하다고 여기는 것은 그럼에도 유독 이여영씨의 경우만 문제가 되는 상황에 대한 것이다.
결국은 ‘촛불찬양’이라는 원죄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녀가 ‘촛불찬양’을 해서, 그래서 <중앙일보>에서 해직된 인물이 아니었어도 변희재씨가 이렇게 열을 올리며 문제제기를 했을까. 변희재씨는 정치적 잣대를 들이댄 것이 아니라고 나를 반박하지만, 내가 여전히 그렇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변희재씨가 말하는 이른바 ‘촛불찬양’이 훈장이 될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낙인’이 될 이유는 또한 무엇인가.
나는 이여영씨의 방송 진행자로서의 능력에 대해 알지 못한다. 나는 <이여영의 아지트>라는 인터넷 프로그램을 아직 본 일이 없다. 따라서 그녀의 진행자로서의 능력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또한 나는 이여영씨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가끔씩 그녀의 블로그에 올라와있는 글을 보며,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감각이 있는 프리랜서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을 뿐, 그녀의 능력에 대해 그 이상의 평가를 할 입장이 아니다. 더구나 그녀가 다루고 있는 ‘먹고 마시고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 분야는 나와는 ‘코드’도 다른 분야이다. 그래서 나는 앞의 글에서도 내가 모르는 다른 얘기들은 하지 않았다.
내가 말했던 문제는, 앞의 내용들과는 상관없이 분명하게 드러난, KBS측의 횡포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이여영씨와 관련된 이병순 사장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비판한 것은 변희재씨가 오해하듯이 ‘촛불찬양’의 경력 때문은 아니다. 이념이고 정치이고 이런 것들을 다 떠나,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자신들의 방송사가 진행자로 발탁한지 한달도 되지 않아, 우파 매체 출신의 시청자위원이 문제제기를 했다고 해서 엄격한 조사와 엄정한 조치를 지시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특별한 결격 사유가 드러난 것도 없는데 말이다.
그것은 이념과 정치를 떠나 인간에 대한 무례함이고 횡포이다. 과연 그 진행자가 ‘촛불’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에 <중앙일보>에서 해직된 경력의 소유자가 아니었더라도 이런 봉변을 당하게 되었을까. 그러지는 않았을 것임을 나는 알기에, 이번 일은 정치적 잣대를 앞세운 ‘마녀사냥’이라고 나는 판단하는 것이며, 나에 대한 변희재씨의 비판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 짧은 글로 변희재씨가 “대체 요즘 유창선씨가 왜 이러는지” 알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이래도 모르겠다면 도리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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