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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정연주 해임 취소, KBS 사장 선출 원점 재론해야

결국 정연주의 승리였다. 법원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무효 청구 소송에서 "해임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일부 사유에 대해 경영상 잘못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해임사유로 인정되지는 않는다"며 "해임처분에 있어서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고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보여 KBS 사장 해임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얼마전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배임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이 내려진데 이어 해임처분에 대해서도 취소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그에 대한 해임은 내용적으로도 절차적으로도 정당하지 못한 처분이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청와대, KBS 이사회, 방통위, 검찰, 감사원 등이 총동원되어 수행되었던 ‘정연주 몰아내기’ 작전은 이렇게 법적인 심판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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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혐의 무죄선고 받았던 정연주 전 사장

 
정연주는 이겼고 명예회복을 이루었다. 개인으로서는 기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 이제 KBS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일단 정연주 전 사장이 복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직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고, 그의 임기는 11일 밖에 남지 않았다. 정 전 사장으로서는 해임처분의 부당성을 확인시키고 명예회복을 이룬 의미이지만, 당장 KBS의 사장이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KBS는 새 사장 선출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이미 사장 공모가 마감되었고 이병순 현사장을 비롯한 15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이사회는 오는 20일까지는 신임 사장을 선출하여 대통령에게 제청할 계획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이번 판결이 KBS의 신임 사장 선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KBS 신임 사장 선출은 이병순 사장과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사이의 양자대결로 압축되는 가운데 강동순 전 KBS 감사, 권혁부 전 KBS 이사 등도 간간히 거명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거명되는 인사들은 한결같이 KBS PD협회나 노조 등에서 ‘불가’의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재의 KBS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현직 사장, 이명박 대통령의 특보를 지낸 인사, 한나라당과의 관계가 드러났던 인사, 정연주 몰아내기에 앞장섰던 인사 등이다.

법원은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해임이 잘못되었다며 그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KBS가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정연주를 부당하게 몰아냈던 세력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정연주를 몰아낸 덕에 사장 자리에 오른 인사들이 신임 사장 자리를 탐하고 있는 현실이다. 역설적인 상황이다.

이 모순된 상황은 바로잡혀져야 한다. 부도덕한 ‘정연주 몰아내기’에 가담했거나 그 수혜자가 되었던 사람들은 모두 사장 공모 지원을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KBS 이사회는 이전 이사회가 저질렀던 행동에 대해 사과함과 아울러 신임 사장 선출 문제를 원점에서 재론해야 마땅하다.

정연주 전 사장 해임 취소 판결이 내려진 마당에, 위법적인 상황을 전제로 진행된 지금까지의 과정들은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었다. KBS 이사회는 법원의 판결 정신을 받아들여, 다시 공모절차를 밟아 권력으로부터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사장을 선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얼마전 미디어법 처리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무효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려여론의 비판을 산 바 있다. 만약 정연주 전 사장 해임의 위법성은 확인되었지만, 정작 KBS에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면, 이 또한 모순된 결과가 될 것이다.

정연주 전 사장 해임에 대한 취소 판결은 KBS의 신임 사장 선출, 나아가 KBS의 앞길에 대한 전면적인 성찰과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권력과 그 대리인들에 의해 사장이 쫒겨나고 권력의 뜻을 따르는 사장이 들어섰던 KBS의 현실은 이제 근본적으로 부정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KBS 이사회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진지한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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